[독도 출향해녀/ 기억의 기록] (3)독도 수호 '주체'로 재조명

[독도 출향해녀/ 기억의 기록] (3)독도 수호 '주체'로 재조명
"독도 수호 조력 아닌 주체”… 역사적 재조명 이뤄져야
  • 입력 : 2023. 06.21(수) 00:00  수정 : 2023. 07. 04(화) 18:33
  • 이태윤 강다혜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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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들, 독도의용수비대와
피고용인-고용인 관계로 시작해
연대관계 형성하며 독도 유인화
실질적 지배·관리에 주체적 역할

[한라일보] 지난해 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을 맞아 독도 원정 물질에 나섰던 제주 해녀들이 독도 땅을 밟으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해방 이전부터 1970년대까지 독도 원정 물질에 나섰던 제주해녀에 대한 기록 수집과 함께 역사적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해녀는 독도의용수비대의 독도 '수호' 활동과는 별개의 존재 혹은 조력자로서의 역할로 의미가 인식돼 왔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의 독도 주둔 생활이 독도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독도 수호의 '주체'라는 것이다.

독도 전경. 한라일보 DB



▶독도의용수비대와 제주해녀의 '공생 관계'=제주해녀의 독도수호 공로에 대한 재평가는 최근 지난해 6월 영남대 독도연구소가 발간한 독도연구 32호에 실린 이태우 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연구교수의 '독도의용수비대 활동의 주민생활사적 의미'에서 다뤄졌다. 해당 논문은 제주해녀와 독도의용수비대와의 협력적 관계에 주목했으며 특히 제주해녀의 독도수호 공로를 재조명해야 할 당위성을 설명한다.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 경비 업무를 수행하던 1950년대 초반, 장기간 독도에 주둔하기 위한 비용과 생활 비용 마련을 위해 제주해녀를 동원해 미역을 채취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해당 논문 역시 이 사실을 언급하며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의 독도에서의 삶은 독도에서 어로활동을 하며 함께 거주했던 제주해녀들의 삶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논문은 특히 독도의용수비대와 제주해녀의 공생과 끈끈한 연대 관계에 주목한다. 논문은 "(독도의용수비대는) 독도 주둔 비용 마련을 위한 부차적 수익 창출의 일환으로 독도의 해산물을 채취할 인력이 필요했으며 제주도 해녀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상호 공생적 필요성이 결합되어 독도에서 어로작업을 위한 해녀들의 울릉도 출향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독도의용수비대가 장기간 독도에 주둔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대원들이 생활하기 위한 비용이 따랐는데, 자체적으로 주둔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역을 채취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어 "독도의용수비대와 제주해녀는 처음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로 독도생활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독도의용수비대가 열악한 환경 속에 살면서 독도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제주해녀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며 "제주해녀들의 어로활동과 독도생활을 일본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 것은 독도의용수비대였다. (이들은)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험난한 독도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1954년 8월 독도경비초사 및 표석제막기념 사진(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 제공).



▶제주해녀 독도어로활동은 곧 '독도 수호'=제주해녀와 독도의용수비대는 독도의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협력하며 독도를 삶의 터전으로 관리하고 경영했다. 이들의 독도 주둔 생활은 궁극적으로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질적 지배, 관리를 가능케했다는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 논문 역시 "1950년 전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독도에서 어로활동을 해온 제주해녀들은 독도주민생활사와 독도경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 주역"이라고 평가하며, 제주해녀를 '독도수호단체'로 분류하기도 한다.

논문은 "(제주도 출신 독도해녀들은) 지속적으로 독도어장을 관리하면서 독도 근현대주민생활사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나아가 독도수호를 가능케 해 준 생산력을 제공해준 또 하나의 독도수호단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독도주민생활사의 맥을 이어준, 그리고 독도의용수비대를 도우며 한국이 독도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수 있도록 해 준 진정한 주체는 제주해녀라는 사실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제주도 뿐 아니라 경상북도, 경상북도 소속 (재)독도재단에서도 역사적 재조명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승오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장은 "과거 독도의용수비대와 함께 독도를 수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제주해녀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재)독도재단은 제주해녀들의 기억과 증언 구술 채록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독도 수호에 앞장섰던 제주해녀들의 독도 개척사 자료를 통해 독도가 분명한 대한민국 영토임을 알려 나가기 위해서다.

김수희 독도재단 교육연구부장은 "아무도 살지 않았던 섬에 제주 해녀들이 속속 모이면서 독도에 숨결을 불어넣게 됐다. 독도에 사람이 살 수 있게 된 데에는 제주 해녀의 역할이 컸다"며 "모진 파도와 역경을 뚫고 독도에 건너간 제주 해녀들로 인해 독도의 '유인화'가 이뤄졌다. 생계를 위한 물질이라는 의미에 더해 독도를 수호하는 데 제주해녀가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태윤 정치부차장·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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