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 마을어장 투입 2년… 참모자반 없고 불레기말만 보여
포구 밖 설치 블록은 조류에 파손… 상당수 전복되거나 유실자연 암반엔 해조류·어류 활발… 복원 사업보다 생태력 강해전문가 "효과 검증 기준 모호… 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 지적
[한라일보] 지난 12일 본보 해양탐사취재팀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마을어장을 찾았다.
신도리 마을어장 역시 갯녹음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이다.
마을어장의 갯녹음 현상은 해양 생태계의 뿌리인 해조류 군락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 신도리 포구 탐사 포인트.
주로 조하대에서 수심 7m 이내의 낮은 수심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갯녹음은 해조류의 소멸로 이어지며, 이는 곧 해녀의 물질 구역 상실과 어촌 경제에 타격을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는 2008년부터 마을어장의 해조류 자원 회복을 위해 인공어초를 투입하는 해중림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높은 파도와 시설물의 안정성을 고려해 대부분 수심 10~15m에 설치됐고, 정작 해녀들의 주요 조업 구역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사는 갯녹음이 발생한 해역에 철 성분을 기반으로 한 바다 영양염 '시비재'를 개발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일대에서 시범사업을 벌였다.
초기에는 시비재 마대를 수중에 투입했지만 파도와 조류에 휩쓸려 사라지거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용해되면서 효과는 미미했다.
시비재는 규조토와 황산철을 혼합하고 콘크리트를 응고재로 활용한 바다 비료로, 수중에서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용해되며 해조류의 성장과 번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A사는 주장했다.

▲ 신도리 포구 안쪽 ‘해조 생육 블록’에 감태 착생을 기대했으나 유용 해조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 신도리 포구 방파제 입구쪽에 설치된 '해조 생육 블록'에는 유·무절석회조류가 빼곡히 부착해 있다.

▲ 신도리 포구 바깥쪽에 설치한 해조 생육 블록이 파도에 의해 대부분 파손됐다.
이후 A사는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협력해 시비재를 고정한 '해조 생육 블록'(높이 36㎝, 상부 폭 43㎝, 하부 폭 63㎝, 중량 107㎏(시비재 마대 20㎏ 포함))을 개발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을어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53억원이 투입돼 제주 전역 13개 마을어장에 설치됐으며, 2024년에는 9억원의 예산을 들여 18개 어촌계에 '해조 생육 블록'을 추가 설치했다.
설치 이후 현장 확인 결과, 태풍 '힌남노' 이후에도 대부분의 블록은 자리를 지켰고, 철 성분이 6개월 이상 천천히 용출되며 해조류 착생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신도리 해역에서는 참모자반 종자 양성줄을 연결한 블록에서 1m 이상 자란 개체가 확인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이 지난 12일 신도리 마을어장을 직접 확인한 수중 환경은 기대와 달랐다.

▲ 신도리 포구 바깥쪽 자연 암반에 착생한 미역 군락.
신도리 포구 안쪽에 설치된 수십 개의 '해조 생육 블록'에는 참모자반 대신 불레기말과 유·무절석회조류가 빼곡히 부착돼 있었다.
설치 이듬해에는 참모자반이 가득할 것이라는 해양수산연구원의 예측은 빗나갔다.
신도리 포구 바깥쪽에 설치된 블록은 상당수가 파손돼 뒤집히거나 암반 틈에 파묻혀 있었으며, 일부는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포구 바깥쪽은 태풍 시 산더미처럼 파도가 밀려드는 곳으로, 블록 설치 위치 자체가 애초부터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반면 바로 옆의 자연 암반 위에는 미역이 빼곡히 부착돼 있었고, 소라와 성게 등도 관찰됐다.
울창한 해조 군락 사이로 자리돔과 벵어돔 무리가 유유히 헤엄쳤고, 수면 가까이에는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은빛으로 번쩍이며 지나갔다.
이곳의 상황은 제주도가 갯녹음 마을어장을 복원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시비재 기반의 '해조 생육 블록' 사업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내 한 해양생태계 전문가는 "갯녹음 피해 지역에 육상 암반을 투입하면 일정 기간 후 해조류가 착생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이 돌에도 다시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다"며 "같은 해역에 일반 돌과 해조 생육 블록을 함께 놓고 비교해야 효과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포구 안쪽에 설치한 해조 생육 블록에 부착한 유·무절석회조류와 해파리.

▲ 포구 바깥쪽에 설치된 해조 생육 블록이 전도된 모습.
이어 "갯녹음 피해가 심한 지역에 블록을 설치한 뒤 그 블록과 주변에서 해조류가 과거보다 많아졌다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이미 해조류가 잘 자라고 있는 곳에 블록을 넣고 해조류가 붙었다고 해서 효과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해양탐사취재팀 -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 수중영상촬영 - 오하준 감독>
※수중 영상은 한라일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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