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해양탐사 제주바다, 그 변화의 기록] (4)추자도 마을어장

[2025 해양탐사 제주바다, 그 변화의 기록] (4)추자도 마을어장
"복합 해류의 바다, 추자도는 살아있다"
  • 입력 : 2025. 06.12(목) 03:00  수정 : 2025. 06. 12(목) 09:03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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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양 생태 온전하게 남아 있는 '표본 어장'
모자반류 해조류 군락 울창… 산란장·은신처 역할
암반지형엔 소라와 전복, 모래·뻘 바닥엔 청해삼
수온상승으로 해면류 확산, 기후변화 그림자 못 피해




[한라일보] 추자도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섬이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중심으로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제주 본섬이 한반도 남단에 인접해 주로 남부 해역과 연결돼 있는 반면, 추자도는 제주도와 전라남도의 경계 사이에 위치해 동중국해와 남해가 만나는 해양 경계 지점에 놓여 있다.

▲ 노란 원안은 탐사 포인트. <네이버 위성 사진 캡처>

해류 조건도 독특하다. 제주 본섬은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대한해협 난류의 영향을 주로 받아 따뜻하고 안정적인 해류 흐름이 유지된다. 그러나 추자도는 제주 난류와 남해 난류, 때때로 황해 냉수까지 영향을 받는 복합 해류 지대이다.

이 때문에 연중 해수 온도 변화 폭이 크고 냉수성 생물과 온대성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보기 드문 해양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이는 추자도 어장의 생물 다양성과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 수중 조사를 마치고 조사선을 기다리는 취재팀.

▲ 조사선에서 바다로 입수하는 취재팀과 조사팀.

▲ 울창한 모자반 해중림.

어장에는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먹이사슬이 활발해 계절마다 다양한 어종이 찾아든다. 이 해역은 예로부터 조기의 주요 어장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6월 5일 오전 8시 본보 해양탐사팀은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 마을어장 조사팀과 함께 조사선(뉴제주호·59톤)을 타고 제주항에서 출항했다. 8시에 출발한 조사선은 2시간 반 만에 상추자도 대서리 '다무래미'앞 마을어장에 도착했다.

마을어장에 도착하자 마자 바다에 뛰어들 준비가 시작됐다. 갑판 위에서 잠수복으로 갈아입은 뒤, 탐사팀은 곧장 수중 조사에 돌입했다. 물빛은 제주 본섬처럼 맑고 투명하진 않았지만 푸르스름하게 펼쳐져 있었다. 시야 확보는 어려웠고, 수중 촬영도 여의치 않았다. 수온은 약 16도로, 제주 본섬보다 1~2도 낮은 편이었다.

▲ 어장 조사팀의 해양생물 샘플링 모습.

수심 8~12m까지 내려가자 완만한 암반 지형이 펼쳐졌고, 괭생이모자반을 비롯한 다양한 모자반류가 밀집된 해조류 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추자도 어민들이 "조업 중인 배 스크루에 해조류가 감길 정도"라고 말했던 것이 떠오를 만큼 해조류는 풍성했다. 제주 바다에서는 보기 드문 원시 바다 그 자체였다.

이처럼 울창한 해조류 군락은 바다 생명들의 산란장과 은신처 역할을 한다. 해조류 군락 사이 사이엔 소라, 멍게, 전복 등이 모습을 드러냈고, 모래와 진흙이 섞인 저질에서는 청해삼이 자주 관찰됐다. 제주 본섬에서는 청해삼이 드물고 홍해삼이 많은 편이지만, 이곳은 이와 반대였다. 이는 추자 해역에 모래뿐 아니라 뻘 지형도 곳곳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 개해삼.

▲ 홍해삼.

▲ 청해삼.

▲ 굵은나선별해면과 불가사리.

다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곳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암반 지형 곳곳엔 굵은나선별해면 등 대형 해면류가 다수 관찰됐다.

해면류는 해조류와 공간을 놓고 경쟁하며, 지나치게 번성할 경우 전복과 오분자기 등의 서식처를 잠식할 수 있다.

반면, 제주 해안 곳곳에서 심각하게 진행 중인 '갯녹음'은 이곳에선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양병규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연구사는 "추자도 바다는 비교적 인위적 간섭이 적다"며 "양식장 개발이나 육상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이 적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자정능력이 뛰어나고 복원력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제주도의 전통적 해양 생태가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표본 어장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양병규 연구사.

양 연구사는 또 "해조류의 포자는 수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지만, 올겨울 수온이 낮아 해조류 번식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다"며 "올해도 미역과 모자반 생육 상태가 제주 본섬 못지않게 좋다"고 진단했다.



< 해양탐사 취재팀 -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수중영상촬영 - 오하준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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