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愛빠지다] (23) '제주청년강사' 임희빈씨

[2022 제주愛빠지다] (23) '제주청년강사' 임희빈씨
"시선을 바꾸니 더 많은 걸 되받았죠"
  • 입력 : 2022. 11.09(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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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주에 온 임희빈씨. 그는 정착 초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기록을 하면서 제주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사진=임희빈씨 제공

[한라일보] '제주 이주민 임희빈 강사.' 지난달 16일 그는 '갓찐(값진) 제주청년강사 토크콘서트' 무대에 섰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한 제주청년강사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을 겸한 경연의 장이었다. 이날 2기까지 올해 배출된 청년강사는 37명. '우수강사' 상을 받으며 교육을 끝낸 그가 '제주 이주민' 강사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걸까.

"지금 얘기하면 힘들었던 시기가 짧은 것 같지만 당시엔 100만년 같은 시간이었어요." 2017년 제주에 이주해 온 임희빈(36) 씨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자발적인 제주행이 아니었다. 남편 회사가 제주에 옮겨간 뒤에도 2년간은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냈다. 결국엔 그가 제주에 오는 쪽을 택했지만 "포기하고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유명 학원가에서 적지 않은 급여를 받으며 경력을 쌓고 있었고, 무엇보다 제주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급여 수준 등 일자리만 봐도 차이가 컸어요. 친정이나 친구도 다 육지에 있는 데다 임신까지 겹치면서 많이 힘들었죠. 살짝 우울증도 왔었어요. 한 달에 몇 번씩을 (육지에) 올라갔죠."

블로그 일 방문자 2000명·팔로워 1만명
제주서 시작한 '기록'이 삶의 방향 바꿔
"제주관광과 소상공인을 위한 일 하고파"

그때 시작한 게 '기록'이다. "우울증 탈피 수단"이었다. 그저 일기를 쓰듯 제주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고, 그의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았다. "기록을 하면서 제주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그가 말했다.

이주 다음 해인 2018년부터 이어 온 기록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블로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속 그의 공간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과의 교류가 이어졌다. '블로그 하루 방문자 2000여명, SNS 팔로워 1만명'이라는 '영향력'도 생겼다.

제주에 내려온 뒤에도 계속하던 입시 학원 일을 그만둔 지난 5월부턴 더 바빠졌다. SNS 마케팅을 공부해 자격증을 땄고 관련 분야에 대한 강의도 나선다. 제주에서의 기록이 그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 놓은 셈이다.

"국어국문학인 제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인데도 기회가 생겼어요. 제주에 대한 시선과 방향성을 바꾸니 오히려 제주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달까요. 자연스럽게 제주에 녹아드는 과정에서 제 삶이 변했고, 변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임희빈 씨가 지난달 16일 '갓찐(값진) 제주청년강사 토크콘서트' 무대에서 자신의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임희빈씨 제공

그는 요즘 말로 제주에 "스며들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관심사는 더 넓어졌다. 제주 문화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강의를 찾아 듣고, 그의 기록도 도내 소상공인들이 지닌 저마다의 이야기에 향한다. 내년에는 도내 대학원에 입학한다. 제주관광과 소상공인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강인한 이미지의 제주여성과 괸당문화, 한라산, 4·3사건 등 제주만의 로컬적인 부분들이 많다"면서 "지금은 관광 자원으로서의 제주를 많이 기록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 그게 진짜 제주의 얘기"라고 말했다.

제주청년강사에 도전한 것은 그간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일이었다. 자신이 제주에서 힘들었던 것만큼 지금 그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환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자연이라는 한 부분만 보고 제주가 좋다고 온다면 힘들 수 있습니다. 제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애정이 뒷받침돼야 버텨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지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위로와 위안이 있듯이 커뮤니티에 소속되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불편과 불만을 가지고 있던 제가 점점 제주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다른 분들도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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