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8)천지연 폭포수는 어디서 왔나(하)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8)천지연 폭포수는 어디서 왔나(하)
솜반내, 걸매생태공원도 천지연폭포의 젖줄
  • 입력 : 2022. 09.26(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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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용천수 흐르는 솜반내
하류에는 하천변 걸매생태공원




[한라일보] 서귀포 사람들은 천지연폭포 상류 하천을 가리켜 '솜반내'라고 부른다. 연중 용천수가 흐르는 이곳은 물이 맑고 깨끗할뿐만 아니라 수량이 풍부해 예나 지금이나 여름철 냉수욕과 휴식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연외천 상류를 일컫는 솜반내. 물이 맑고 깨끗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동쪽 정방폭포 상류에 '산지내'가 있다면 천지연폭포 상류에는 솜반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닮은꼴이며, 물의 도시 서귀포로서 손색이 없다.

솜반내 하류에는 하천변에 걸매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천지연폭포 상류, 서홍동에 위치하며 2002년에 도시공원으로 지정됐다. 연중 흐르는 풍부한 용천수와 하천, 울창한 난대 상록활엽수림, 아생조류가 풍부해 생태공원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공원 면적은 9만여㎡. 수생식물관찰원, 습지생태관찰원, 매화 및 야생초화류관찰원, 야생조류관찰원, 목재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어 서귀포 시민들에게 소중한 휴식공간이다.

걸매공원 주변에는 1960~1970년대만해도 선일포도당공장이 있었다. 포도당공장은 주변에 수량이 풍부한 용천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로는 기억한다. "포도당 공장 가동을 위해 당시에는 솜반내물을 끌어다 이용했어요. 솜반내물은 내려오는 물이 아니라 아래서 솟는 물이에요. 포도당 공장에서 물을 끌어다 써도 남을 정도로 엄청 흘렀어요. 그 물이 상당히 좋고, 시원했어요." 서홍동 방면으로 솜반내 상류에는 크고작은 연못과 폭포, 용천수가 이어진다.





서귀포 해안엔 용천수 즐비
소정방폭포, 자구리, 소남머리 등
서귀포 시민들 즐겨찾는 명소




# 자구리와 소남머리

서귀포 도심은 물 기행만으로도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서귀포 도심 동쪽과 서쪽을 가로지르는 동홍천과 연외천 외에도 해안에는 소정방폭포, 소남머리, 자구리, 속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에서 동쪽으로 500m 정도 가면 소정방이라는 5m 높이의 물줄기가 10개 있다. 여름철 물맞이 장소로도 성황을 이루는 아담한 곳이다. 해안절벽 위에는 전망대가 있어 해안절경과 손에 잡힐듯이 떠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외천 상류에 위치한 걸매생태공원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하천.

송산동 사람들은 소남머리물과 자구리물을 애용했다. 정방폭포 상단과 이어지는 소남머리에는 주민이 드나드는 목욕탕이 있다. 1급수 용천이 흘러드는 천연 야외 노천탕이다. 자구리해안에는 자구리물이라는 용천수가 솟아난다. 바로 옆에 있는 소남머리물과 더불어 서귀포시민들의 오랜 식수원이었다.

다음은 '서귀포 물 이야기' 편에 나오는 마을 원로의 증언.

"자구리물은 바닷가에서 나는 용천수에요. 썰물 때 아니면 물을 길러 갈 수가 없어서 물때를 알고 썰물 시간에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했어요. 학교 다니기 전에도 여름이면 해수욕 갈 때 주전자나 양동이를 들고 갔다가 해수욕 끝나고 해질 무렵이면 자구리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왔어요.(중략) 소남머리물은 365일 사시사철 흐르는 폭포수에요. 물이 떨어지는데 그 물 맞는 것을 좋아해서 새벽에 가서 물을 맞았죠. 어릴때부터 냉수마찰을 즐겼어요. 소남머리는 자구리와 달리 남탕과 여탕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개구쟁이라 몰래 여탕을 보다가 들켜서 혼나는 경우도 많았어요."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자연환경해설사 김종호씨의 특별한 이야기


마을 하천과 샘터 답사 발굴
옛 이름 샘터 일일이 사진 담아
20여곳 지도화 변화상도 들려줘


사단법인 제주환경문화원이 제주지하수연구센터와 함께 진행중인 제주 물 이야기 강좌에서는 특별한 인물을 만났다.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태관광마을 서귀포시 호근동의 김종호 선생. 그가 풀어낸 이야기는 '호근 마을의 하천과 샘물'. 전직 교사인 김종호 선생은 호근동 토박이. 호근동 자연환경해설사, 호근동생태마을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호근동의 하천과 샘들만이 아니라, 자연, 역사 등 두루두루 다 꿰뚫고 있는 듯 하다.

김종호 호근동 자연환경해설사

김종호 선생이 들려준 호근마을의 하천과 샘물 이야기는 호근동의 역사이면서 물의도시 서귀포의 축소판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살레왓, 메와진돌, 벤돌, 거문머들, 솔왓, 아끈내, 여의물, 언새미, 몰망소, 구시물, 함배낭물, 지펑물, 절곡지, 불칸동산, 원통, 통물….

호근동 이곳저곳의 옛이름과 샘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호근동 샘물터 20여곳을 직접 답사하고 그 이름들을 직접 손글씨로 지도위에 써서 만든 자료를 보여줬다. 그 지도를 통해 호근동 마을을 살렸던 샘의 위치가 어디인지, 하천이 마을의 경계를 어떻게 나누는지, 어디로 흘러서 어디서 다른 물길과 만나는지, 어떻게 바다에 이르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구석구석 직접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들은 호근마을의 하천과 샘들의 변화상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하천정비사업을 했더니 솟는 물이 말라버렸다는 얘기, 물이 흐르는 골짜기 위쪽이 하늘이거나 오름이 아니라 아파트단지라는 사실, 과거 논농사는 어디서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동네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최근 호근동은 생태마을로 지정되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가꾸어가는 중이다. 김종호 선생이 들려준 샘물 이야기도 그러하다. 호근동 물의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를 발굴하고, 직접 현장 답사를 통해 현재를 기록하며 그 실태를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하는 일이다. 물의도시 서귀포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것이다. 함께 물길을 내며 오래도록 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의 지혜로 막힌 샘이 솟아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김종호 호근동 자연환경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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