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7)우리 몸의 정수 필터 '사구체'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7)우리 몸의 정수 필터 '사구체'
노폐물·불필요 수분 배설… 항상성 유지 기능
  • 입력 : 2017. 03.03(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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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콩팥기능이 더 빨리 감소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사구체 여과율을 측정해야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현우 교수가 콩팥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사구체여과율로 콩팥 이상여부 결정
혈관 벽 통과하는 물의 양으로 판단
만성 콩팥병은 특별 증상 없을 수도

콩팥은 우리 몸에서 수분 및 노폐물 제거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콩팥은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구조물이 사구체이다. 사구체를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많은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수기의 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상인은 보통 콩팥 하나당 약 100만개의 사구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정수기의 필터를 거친 물이 깨끗하게 바뀌듯이 우리 몸에 있는 정수기 필터인 약 200만개의 사구체가 정상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진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배설시켜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현우 교수의 도움으로 콩팥의 구조물인 사구체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사구체는 이름처럼 실이 뭉쳐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실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가는 혈관인 모세혈관으로 혈관 벽에 아주 작은 구멍이 나있어 이를 통해 노폐물과 여분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정해진 시간에 정수기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걸러내느냐에 따라 정수기의 성능을 평가하듯이 콩팥의 사구체도 사구체를 구성하는 혈관 벽에 나 있는 작은 구멍들을 통과하는 물의 양에 따라 그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정수기의 필터가 하나가 있을 때보다 2개가 있을 때 성능이 2배가 되듯이 콩팥에 존재하는 200만개의 사구체를 통과하는 수분을 모두 합쳐 콩팥의 사구체가 가지는 전체 기능을 평가한다. 보통 정해진 시간은 1분을 기준으로 하고 사구체 혈관을 통과하는 수분의 양을 ㎖로 나타내는데, 이를 사구체여과율이라고 한다.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성별, 인종, 체중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대략 80~120㎖/min/1.73㎡ (평균 100㎖/min/1.73㎡)인데, 1분 동안 사구체 혈관 벽에 나있는 작은 구멍으로 100㎖의 수분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수기에 비유하자면 정수기 필터를 통해 물이 1분간 100㎖ 정도가 깨끗하게 걸러진다고 보면 된다.

정수기의 필터가 오래돼 기능이 떨어지면 필터를 통해 걸러져 정화되는 물의 양이 줄어 들 듯이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도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감소는 사구체의 수의 감소와 연관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상 기능을 하는 사구체의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즉 200만개에 달하던 사구체의 수가 150만개, 100만개 등으로 줄어들면서, 콩팥 전체의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게 된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100㎖/min/1.73㎡이던 사구체여과율은 30세가 넘어가게 되면서부터 1년에 0.75㎖/min/1.73㎡씩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70세의 정상 성인 남성의 사구체여과율은 100㎖/min1.73㎡가 아니라 대략 70㎖/min/1.73㎡가 정상 사구체여과율이 되는 것이다.

작은 실뭉치 모양의 사구체.               사구체 혈관벽에 있는 구멍들.

사구체여과율은 콩팥의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병원에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보통 사구체여과율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사구체여과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콩팥의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사구체여과율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방사성 물질에 노출의 위험과 그 복잡성 때문에 실용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크레아티닌이라고 하는 우리 몸의 근육에서 생산되는 물질의 혈중 농도를 이용해 계산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복잡한 계산식을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나이, 성별, 인종만 알면 인터넷에서 계산해 주는 사이트도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도 쉽게 계산할 수도 있다. 이렇게 계산된 사구체여과율은 여러 의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정상보다 떨어져 있는 경우를 만성 콩팥병이라고 하고, 그 떨어진 정도에 따라 병기를 1기에서 5기까지 나누기도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아 오던 가상의 남자 70세 A씨는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콩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상급병원에 가서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경우 우선 혈중 크레아티닌의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중 크레아티닌의 농도는 성별에 따라, 또한 측정하는 기관에 따라 정상값의 범위가 차이가 있으나 상한값은 대략 1점대 초반이다(예, 남자: 0.9~1.3㎎/dl, 여자: 0.7~1.1㎎/dl). 과거에는 건강 검진 결과에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정도만 보고했으나 최근에는 혈청 크레아티닌을 바탕으로 사구체여과율을 계산해 보고해 주고 있다. 따라서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와 함께 계산된 사구체여과율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A씨의 경우 만일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1.2㎎/dl로 보고되었다면 혈중 농도는 위에서 제시한 정상범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이, 성별, 인종을 포함해 계산된 사구체여과율은 60㎖/min/1.73㎡이다. 이 값은 나이에 따른 사구체여과율의 감소를 감안하지 않은 정상 범위 80~120㎖/min/1.73㎡ 보다 낮고, 70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70㎖/min/1.73㎡보다는 낮으므로 A씨는 신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A씨는 콩팥기능 이상의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고, 만약 A씨의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 60㎖/min/1.73㎡이하로 판정된다면 A씨는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될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콩팥 기능이 더 빨리 감소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을 측정 또는 계산할 필요가 있다.

가파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에 비례해 당뇨병, 고혈압 등의 성인병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비례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만성 콩팥병의 경우에도 질환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콩팥 기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의 계산 또는 측정을 통해 콩팥기능의 이상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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