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고사되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체계적 보존·복원을 위해 정부 관련부처가 제주에서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부처간 협약을 통해 공동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산림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최근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회의가 제주도청에서 4일 산림청, 환경부, 문화재청, 제주도, 국립공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산림청 최병암 산림환경보호과장은 5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구상나무 피해 실태와 보전·복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기후변화 취약종으로 최근들어 그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특히 한라산 구상나무의 감소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속도가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태풍, 가뭄, 겨울철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라 고사와 생장쇠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기상이변, 병해충 피해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피해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이에따라 산림청은 한라산 구상나무를 체계적으로 보존·복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간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구상나무 고사원인과 치수 발생 현황 등에 대해 지금까지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조사를 해 왔으나, 통일된 조사서식과 방법을 마련해 더 면밀할 조사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산림청과 환경부, 문화재청, 제주도,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참여한다.
구상나무의 보존·복원전략을 수립하면서 유전 다양성을 고려한 전략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생물자원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상호 협력해 규모 있는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구상나무의 현지외 보존원은 현재 산림청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운여중에 있으나, 전국적인 구상나무 보전을 위해 내년부터 분포지역에 따라 각 기관별로 보존원을 확대·조성한다.
산림청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존·복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를 현지 내 복원으로 판단하고 구상나무 모니터링 진행 결과를 바탕으로 한라산연구소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장기계획을 수립하되, 산림생태환경훼손이 되지 않도록 자연적인 복원방법을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관계기관간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협의회를 갖는 한편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공동 심포지움도 개최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산림청과 환경부, 문화재청, 제주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라산 구상나무 보존복원을 위한 부처간 협약을 체결해 공동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총 795.3 ㏊이며, 해발 1300m에서 정상(1950m)까지 분포하고 있다. 그 중 해발 1500m에서 1700m 사이에 전체의 69.6%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구상나무숲은 급격히 쇠퇴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구상나무숲에는 1㏊ 당 691~1707그루의 구상나무가 있는데 그 중 18.8%는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한 나무의 34.8%는 온도 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 65.2%는 강한 바람, 폭설, 폭우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구상나무숲은 온대식물의 확장, 병해충의 확산으로 지속적으로 쇠퇴할 것으로 예측됐다.
구상나무숲에는 구상나무와 같은 북방계 고산식물 또는 여기에서 파생한 특산식물 145종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이 종들은 구상나무와 운명을 같이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제주특산종 23종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