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한라산 산불지역, 이후 식생(植生) 변화는?

[하루를 시작하며]한라산 산불지역, 이후 식생(植生) 변화는?
  • 입력 : 2012. 05.1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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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植生)은 지표를 덮고 있는 상태에서 생육하고 있는 식물의 집합체를 말한다. 이것을 식물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기후, 지형, 토양 등과 함께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생태계를 포함한 물리적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식생의 소실, 종다양성의 감소, 토양환경의 변화 등이 나타난다.

얼마 전 한라산에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해 이 지역의 식생은 거의 소실되었고 엄청난 식생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럼 과거 이 지역 식생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해발 1400m 정도의 사제비오름 일대이다. 구상나무와 소나무, 신갈나무 등이 숲을 이루는 경계를 포함하여 산철쭉, 좀꽝꽝나무, 제주조릿대 등이 분포하는 아고산 관목림의 식생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었다.

산불은 산림생태계를 교란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산불로 인한 급속한 환경변화에 도 산림 생태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 스스로 정화 및 회복력을 갖는다. 이를 생태계적 탄력성으로 부르기도 하며 생태계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용력의 범위 안에서 교란이 일어났을 경우, 인간의 개입 없이 교란 이전의 성장환경으로 돌아가 안정적인 생태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그럼 한라산 산불지역은 과거의 식생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서로 다른 식물군집들은 특정한 장소에서 경쟁을 벌인다. 이들은 식물종이 다르므로 필요로 하는 환경조건과 산불로 인한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양상이 다르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강한 종이 지역을 점유하게 된다. 이 지역에 적응력이 강한 종은 무엇일까?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 인근지역은 전 지구적인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한라산에서 식생변화가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곳으로, '종의 격전지'로 표현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거 이 지역은 한대수종인 구상나무와 산철쭉, 주목, 섬매발톱나무 등의 종이 우세한 아고산 관목식생이었으나, 최근에는 구상나무 등이 다수 고사하고 온대수종인 소나무가 다수 번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지대에 흔히 자라는 억새가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고산식물과 극심한 경쟁 상태에 있다.

산불 이후에는 광량이 풍부해지고 분포 공간이 넓어지는 등의 지표환경의 변화, 유기물 소실, 부식층이나 표토의 유실 등 불안정한 토양환경 등이 발생한다. 산불로 인해 이 지역에서 경쟁구도에 있던 다수의 종이 소실된 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우세종이 자연적인 천이과정으로 이 지역의 우점종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지역의 우세종은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소나무, 억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행히 한라산연구소에서 산불피해지의 생태계 변화 및 회복과정 규명과 더불어 산불피해지의 생태적 복구와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반갑다.

사실 이번 산불로 인해 한라산은 많은 것을 잃었다. 아무쪼록 한라산 자연환경 및 식생의 독특함이 반영된 다각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한라산 매뉴얼'이 완성되어 이번의 화(火)가 복(福)이 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명옥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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