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한라칼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알 수 없는 민란의 시대

[조상윤의 한라칼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알 수 없는 민란의 시대
  • 입력 : 2025. 05.27(화) 01:3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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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亂. 한자 어지러울 난(란)이다. 혼란, 착란, 광란, 난잡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역사적으로는 반란을 줄여 부르는 명칭으로, 주로 반란 수괴의 이름을 붙여 'OOO의 난'이라고 기록되고 있다. 과거 외세의 침략 역시 '난'이라고 불렀다.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왕권 타툼이나 재벌가 경영권 분쟁 등을 놓고 '왕자의 난' 또는 형제의 난이 통용되곤 했다. 어지러운 형국이라는 의미다.

연말 시작된 전쟁과도 같은 난리통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일주일 뒤인 6월 3일이면 181일간의 난리(?)는 일단락된다.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되는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이 종착역이다. 승자도, 패자도 나오게 된다. 누가 되든 상쾌한 결말은 기대되지 않고 있다.

복기하면 일국의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다. 탄핵으로 파면됐다. 법의 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2024년 12월 3일 이후 6개월간의 부끄러운 정치사가 쓰이고 있다. 탄생해선 안 될 정권이었다. 혼란과 고통이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극단적 진영 간의 대결을 더욱 심화시키며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

앞서 내란은 민란(民亂)으로 차단됐다. 민란은 포악한 정치 따위에 반대해 백성들이 일으킨 폭동이나 소요를 일컫는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기관인 국회가 탄핵소추를 통해 내란의 수괴를 끌어내렸기에 민란으로 볼 수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각설하고, 민주주의 운영과 의사결정의 원칙인 다수결에 의해 선거에선 1등 만을 뽑게 된다. 진영별로 여론조사 추이에 따른 셈법 마련이 분주해지고 있다. 선거일까지 남은 일주일간 '굳히기' 또는 '뒤집기'를 위한 숨 막히는 열전이 펼쳐진다.

대선이 확정된 이후 현재까진 후보 진영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유권자들의 시간이다. 후보 진영에선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물론 확연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다. 유권자들에겐 길지 않은 시간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비율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든 '민란'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민란은 투표가 최적의 수단이어서다. 선거를 통한 민란엔 성패가 아닌 민심 확인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민심 확인 후 정치권이 달라진 것은 없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익 확대와 국격을 높이려는 정치는 희망 사항에 불과해진다. 그들만의 끝없는 잇속 챙기기가 반복되곤 한다. 분노의 시대로 회귀할 뿐이다.

다음 이어지는 민란은 1년 뒤 예고됐다. 2026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문제는 대한민국 정치가 민란을 '홍역'처럼 여기는 데 있다. 홍역은 한번 걸린 후 회복되면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칫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래서 민란은 끝을 알 수 없다. <조상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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