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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은진 글·그림 '나의 할망'
제주 바당으로 떠난 마지막 산책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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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 그림책 '나의 할망' 속 한 장면. 황량한 겨울 풍경 속에 다채로운 색들이 비쳐든다.

해녀였던 할머니의 한생
손녀와 함께 다시 바다로

익숙한 풍경 속 섬의 색깔

"여기는 우리 할망이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섬이에요." '할망'이란 방언으로 그 섬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할머니를 일컫는 제주어를 표제로 단 그림책 '나의 할망'은 제주가 고향인 정은진 작가가 제주를 배경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제주에서 할망은 '거녀' 설문대할망, '바람의 신' 영등할망처럼 위상이 남다르다. 갖은 풍파를 겪으며 담담히 생을 일궈왔고 마침내 지금 여기에 이른 할망들은 이미 신들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황톳빛 제주 오름 그림을 표지화로 올린 '나의 할망'은 매일 누워 지내는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고 싶은 거 없어?" 손녀가 묻는다. "없어, 다 했어." 다시 손녀가 말한다. "가고 싶은 곳도 없어?" 할머니는 마지막 바람을 털어놓는다. "바다에나 한번 가 보면 좋으려나……." 젊을 때 물질을 하며 숨을 제일 오래 참았던 상군 해녀였던 할머니가 생이 다하는 그 순간에 그리웠던 건 바다였다.

손녀는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집을 나선다. 바다로 가는 길, 나지막한 섬의 풍광이 펼쳐진다. 돌집 슬레이트 지붕, 폭낭, 검은 돌담, 오름이 보이고 어느덧 제주섬의 풍경이 되어버린 야자수가 세차게 흔들린다. 목재로 바닥이 깔린 해안 산책로 너머론 외로이 섬이 떠 있다. 오일파스텔로 그려진 그 장면들에 다채로운 겨울 제주의 색들이 배어난다.

저녁놀 비치는 바다 역시 한 가지 빛깔이 아니다. 붉은빛, 노란빛, 파란빛, 보랏빛이 일렁이는 그곳에서 파도 위로 돌고래가 솟구친다. 손녀는 할머니의 심장이 저녁처럼 차분하면서도 돌고래의 춤처럼 쿵쾅대는 걸 느낀다. 돌고래와 공존해온 해녀의 삶처럼, 제주 바다도 그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이 땅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생의 대부분을 보낸 제주 바다와 마주한 할머니는 끝내 먼 길을 떠났다. 손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편지를 쓴다. 그림책은 어쩌면 그 손녀가 할머니에게 띄운 편지글이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정은진 작가는 이번 첫 그림책에서 "작업하는 동안은 할머니가 나의 세상"이었다며 "할머니를 위해서 존재할 수 있었기에 기쁘다"고 했다. 반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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