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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48)달력-정일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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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주군 찬 바람벽에 예수처럼 못 박힌 달력, 제주 이모 달력에는 4월이 없다

3월이 가면 4월이 오는데 4월이 가면 5월이 오는데 이모, 제주 이모의 달력에는 4월이 없다 3월과 5월 사이 4월이 없는 달력뿐이다

만화방창 4월에 닿아 꽃구경 한 번 못하고 뼛속까지 잔뜩 움츠렸다 3월에서 5월로 길게 훌쩍 건너가서는 뒤돌아보지도 않는 이모

예순 해 동안 4월이 없는 제주 이모의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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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주 이모의 달력에는 4월이 없을까? 왜 제주 이모의 가슴 속에서 4월을 지워 버렸을까? '인민항쟁 관계자를 즉시 석방하라!' '최고지도자 박헌영 선생 체포령을 즉시 철회하라!' '정권은 즉시 인민위원회로 넘기라!' '친일파 민족반역자 친 파쇼분자의 능멸!' 1947년 3월 1일 오전 11시, '제28주년 3·1기념 제주대회'가 열린 제주북초등학교 주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군중 수는 대략 2만 5000~3만 명. 1948년 4월 3일 새벽 한라산 중허리 오름마다 봉화가 붉게 타올랐다.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무장봉기의 신호탄이 올랐다. 350명의 무장대는 이날 새벽 도내 24개 경찰지서 가운데 12개 지서를 일제히 공격했다. 제주4·3을 경험한 사람들은 말한다. 이념과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마구잡이로 죽여 버리는, 완전히 미쳐버린 세상. 총살은 기본으로, 비협조적인 사람이나 경찰과 군인의 가족들은 본보기로 참수형에 처했다. 연좌제를 적용한다며 친인척이나 면식이 있는 사람들을 공개처형했다.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육지 출신 군경이 직접 죽이지 않고 제주 사람으로 구성된 민보단을 이용해 사람들을 한라산에 몰아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 살기 위해 한라산으로 피신한 사람들을 '사냥'하였고, 이들이 추위에 못 버텨 귀순하자 격리 수용하다가 한국전쟁의 발발로 이들을 학살하는 일도 있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을 모아두고 돌팔매질을 하게 린치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비학동산에서는 임산부를 나체로 팽나무에 매달아 창으로 찔러 죽였다. 이들의 잔인함에 대한 증언 중에는, 당시 폐허가 된 마을에서는 땅을 조금만 파도 시체가 마치 젓갈(멸치젓. 제주말로 '멜젯') 담근 것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는 증언. '민간인'을 과녁으로 쓰는 서청이나 군대의 '사격장'이었던 제주섬. 심지어 일본군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영아 살해'마저 있었다. 이를 수습하고 진압하려 한 14연대는, 자신들이 개입하기 전까지 살아남은 제주도의 거주자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가해자라는 상황 속에 수습할 타이밍을 놓쳐, 보복성의 성격을 가진 여수사건으로 이어진다.

모든 학살은 1940년대, 1950년대의 섬에서 벌어졌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배가 몇 척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거의 단절된 섬이었다. 그 시대에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몇 사람만 거치면 사촌 아래 혈족일 수준으로 외부 사람의 유입이 적을 텐데, 그곳에서 연좌제를 적용하여 잔인한 학살을 하였다. 그 학살의 시발점인 4·3사건. 그래서 제주 이모의 달력에는 4월을 영원히 지워야 했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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