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본문으로 바로가기

실시간뉴스

뉴스
문화
[2020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순환선-이도훈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0. 01.01. 00: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구글

그림=최현진

한 사람이 죽었고 법의학자들은

그의 사인(死因)을 알아내기 위해

부검을 했다.

먼저 바쁘게 오르내린 계단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몇 바퀴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지구를 돌고도 남는다는 혈관엔 무수한

정차 역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더 울리지 않을 휴대폰에서는

남은 문자들이 재잘거렸고

생전에 찍은 사진들은 모두 뒷모습이었다.

몇 개의 청약통장과

돌려막기에 사용된 듯한 카드와

청첩장과 부의 봉투가 구깃구깃 들어있었다.

그 중 몇 건의 여행계획서가 나왔고

퇴근길에 쭈그려 앉아 쓰다듬는

고양이 한 마리와 찰칵찰칵

열고 닫았을 열쇠 소리도 들어있었다.

읽다만 책들의 뒷부분은

다 백지상태였다.



사람들 몰래 지구는 자주 기우뚱거렸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계획을 쏟거나

계획에서 쏟아졌다.

오늘은 순환선에서 내려

애벌레의 마음으로 길고 긴 한숨을

느릿느릿 기어가 보고 싶은 것이다.

문화 주요기사
임춘배 교수 제주4·3평화재단에 작품 기증 [제주바다와 문학] (42)문무병의 '바다를 사랑하…
아이들 수학과 친해지려면… 한라도서관 강연 [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47)산 증인 …
도립제주합창단 지휘자 전국 공모 24명 몰려 작고작가전 첫발… 60~70년대 제주미술 조명
탐라도서관 4월에 '제주북페어 책운동회' 제주비엔날레 여성·신화·지역성 동시대 미술…
제주예총 33대 회장에 김선영 서예가 선출 서울에서 제주까지 무지개 깃발 펄럭이는 현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구글

의견 작성 0 / 1000자

댓글쓰기
  •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