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 피해 제주 월동채소 지키기 '안간힘'

잇단 비 피해 제주 월동채소 지키기 '안간힘'
채소밭 절반이상 생육 지장… 집중출하도 걱정
휴일에도 모종이식·물주기·시비·방제 온 정성
  • 입력 : 2019. 10.09(수) 15:09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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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주민 임정옥씨가 콜라비에 비료를 뿌리다가 취재진에게 빗물 문제를 이야기하며 행정에서의 배수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기상악화로 최근 큰 피해를 본 농가들이 휴일인 9일 한글날에도 들녘에 나와 구슬땀을 흘리며 월동채소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해농가들은 악기상으로 파종시기가 평년보다 늦춰진 데다 향후 출하물량도 일시적으로 몰려 상품을 내놓더라도 제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제주시 서부지역 도심을 벗어나면서 겨울채소를 심은 밭들이 하나둘 보였다. 하지만 침수와 태풍 피해로 브로콜리와 양배추 등이 듬성듬성 자라며 눈으로 봐도 절반 가량은 피해를 본 듯했다. 포기마다 잎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바람에 마른 모종도 많다. 심지어는 작물을 심지 못하고 빈밭으로 둔 곳도 여러 곳 목격됐다. 그야말로 평년에 봤던 100% 정식은 단 한 곳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림읍 귀덕리에서 만난 홍영욱(52·제주시 용담동)씨는 "콩을 수확해야는데 8~9월 궂은 비날씨에 태풍까지 몰아치며 모두 폐작돼 모두 갈아엎었다"며 "심지어는 콩깍지에서 콩이 싹을 틔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양파를 심기 위한 비닐 멀칭작업에는 휴일을 맞은 자녀가 동행해 일손을 도왔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올해 제주지역 콩 수확량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한 농경지에서 드론을 이용해 업체 관계자가 농약 살포작업을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이어 얼마 떨어진 브로콜리 밭에서 드론으로 방제작업이 한창이다. 업체 관계자는 "살충제와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는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데 요즘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며 "그러나 밭들마다 돌아다녀보면 어느 곳 하나 농사가 잘 된 곳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해 농가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마지막 방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을 대신했다.

"폭우나 태풍이 아니더라도 매번 비가 올 때마다 피해를 본다"는 임정옥(54·귀덕리)씨의 속은 그야말로 숯처럼 새카맣다.

"양배추, 적채, 마늘을 심었는데 피해가 50% 이상일 겁니다. 밭 하나는 아예 갈아엎고 새로 콜라비를 심어봤는데 올해 농사는 모두 망쳤다고 봐야죠.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올해 그래도 비가 많이 왔는데 도로의 물까지 밭으로 들어오면서 피해가 더 커졌죠. 매년 한림읍에 배수공사를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도 몇년째 묵묵부답입니다. 직접 중장비를 동원해서 도랑을 정리하고 시멘트와 비닐로 막아봐도 많은 양의 빗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죠.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모아진 물이 도로에 그대로 배출되고 그 물이 우리 밭으로 들어오는데도 행정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한림리까지 이어지는 밭에는 쪽파와 취나물이 그나마 잘 자라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작물인 양배추, 방울양배추, 브루콜리, 콜라비, 적채 등은 생육 지장으로 크기가 제각각이다.

그래도 농부들은 휴일인 데도 가족과 함께 밭에 나와 정성을 다해 모종하나라도 더 살려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비료를 뿌리고, 방제를 하는데 여념이 없다.

최근 제17호 태풍 '타파'에 의한 농작물 유실 및 침수 피해는 6211㏊에 이른다. 이어진 제18호 태풍 '미탁'에 대한 피해는 접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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