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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의 문화광장] 불편한 기억의 밥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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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이 먼저지, 죽은 조상이 먼저야? 맞잖아 내말이?"

몹시 날이 선 목소리다. 나는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쫓아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카페에 있는 다른 이들의 시선도 그 테이블로 향했다. 내 나이는 되어 보이는 여자 두 명과 비슷한 연배쯤의 남자 한 명이 앉은 테이블에서 오고가는 목소리였다. 추석명절을 보내면서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앞으로 우리 애들은 제사 안 지내도록 할 거야."

"그래도 조상제사를 어떻게 안 모셔…."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달래듯이 말했다.

"어디서 물어보니까, 제사를 한 날로 모으면 된다고 하니까, 그렇게 할 거에요."

송곳 같은 여자 목소리에 남의 집 일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문득, '코코'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작년에 엄청 뜨겁게 사랑받았던 영화였고, 오래도록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였다. 영화는 매년 10월말부터 11월 2일까지 '죽은 자의 날'이라는 멕시코 국경일(멕시코 명절 같은)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날(죽은 자의 날)은 멕시코 가정이나 공원 등에 재단을 만들고 음식을 쌓아 놓으며 가족친지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행사를 치르는 날이다. 마치 우리나라 제사와 비슷하다. 이 영화는 다루기 어려운 사후세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치로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하고 섬세하게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 '코코'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후 세계와 제사의 의미를 다뤘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은 영화였고, 우리의 삶이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영화였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계승해 나가야 할 것들에 대한 환기를 시켜 준 영화였다.

영화 '코코'의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말할 것이다. 가족이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해서 '죽은 자의 날'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이제 사후세계에서조차도 소멸해야 한다며 슬픔에 차 있던 그 헥토르 친구. 그는 헥토르와 미겔 그들이 보는 앞에서 너무나 순식간에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그 장면은 영화'코코'의 전체 주제이기도 한 장면이었다.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마지막 사람이 사라지는 날, 저승의 영혼도 영원히 소멸해 버리고 만다'는 영화 전체 주제인 장면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옛 사람들은 조상을 잘 모시면 후손도 잘 된다고 했는데…. 점점 사회가 변해가고 풍습이 변해가고 사람도 변해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씁쓸했던 그 날이 생각나서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속내를 열어내 보인다.

번거롭고 죽어도 싫을 일이면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날이 우리가 그토록 지키려고 하고, 새로이 만들어내려고 하는 문화라는, 풍습이라는, 우리의 뿌리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우리의 무형의 자산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되새겨 보았으면 참 좋겠다. <장수명 마주보기출판사 대표·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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