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4)성인권 교육 현실은

[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4)성인권 교육 현실은
“정책 변하는데 인식이 못 좇아가… 관련교육 필수”
  • 입력 : 2019. 07.24(수) 00:00
  •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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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센터장 "일상의 작은 실천 사회 변화시켜"

변영주 감독"평등에 선택 없다… 타인 존중해야"


성희롱예방교육은 '4대 법정의무교육'으로 필수다. 반면 성인권 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선택이다. 때문에 정책과 현실 체감 속도가 다르게 작용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성폭력, 성인권 교육을 제주도민 대상으로 교육하는 강사와 여성 소재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예술인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차별, 폭력으로 재연되는 이유"=이진영 제주여민회 성평등교육센터장(성교육 6년차, 성인권 교육 3년차)은 "수요 기관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진영 제주여민회 성평등교육센터장

센터에서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에 등록된 전문강사 20여명이 주민자치위원회 등 도민 대상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장은 "주로 '관점'에 대해서 강의한다"며 "권력 관계를 설명하고 성별 고정관념들이 어떻게 성차별로 이어지고 있는지, 또는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차별들이 폭력으로 재연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센터장은 대표 우수사례로 제주시 한경면 마을의 일화를 소개했다. 높이가 1.2m인 평상을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이 앉기 편하게 0.6m로 낮췄다는 이야기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짐으로써 어떻게 지역사회가 바뀌는지에 대해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성평등 교육에 대해 저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센터장은 "공감도 많지만,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있다"며 "신청이 잘 접수되지 않으면 직접 수요기관으로 찾아가 강의를 들으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앵벌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 등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며 "정책은 나아가고 있는데 인식을 그에 못 미치고 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공직자 성평등 교육 강화돼야"=전쟁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등을 연출하고 문화예술계에서 여성인권 향상의 목소리를 높여온 변영주 영화감독은 "성평등이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가장 많은 변화가 필요한 곳이 사법부"라고 꼬집었다.

지난 20일 제20회 제주여성영화제 특별기획상영 행사에서 만난 그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사리분별을 못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미성년 여성을 성폭행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강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 이후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남성들이 있다"며 "우리는 젠더를 떠나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좋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투 또는 자유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없다면 외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교육센터교육현장.

마지막으로 변 감독은 "의무적으로 공직자에 대한 성평등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성차별에 맞서 한 평생 저항하고 60세에 대법관이 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를 소개했다. 그는 "법조인이 미국사회에서 방파제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며 "성평등에 '선택'이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삶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진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제주 성인지 교육 어디서 받나요"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폭력 예방 교육이 올 상반기에만 도민 1만명 이상이 수강한 가운데 오는 하반기에도 추진되면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 상반기 성평등 교육을 마무리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전략 대상을 발굴,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하반기 교육에서는 주민센터와 협력해 읍면동 자생단체 회원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제주도는 사회복지시설 및 각급 학교 등 교육 기회가 필요한 지역 구성원 등 전략 대상을 발굴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상별 프로그램은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폭력 예방교육(제주YWCA 통합상담소)', '폭력 예방을 위한 도민 성평등교육(제주여민회)' ▷사회복지시설 이용자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여성폭력 예방교육(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등이다. 아동·청소년 대상으로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성교육 및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통합해 '학교 성 인권교육(제주여성상담소)'과 '장애 아동·청소년 성인권 교육(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이들 기관은 각종 폭력 예방 교육과 성인권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상반기 교육을 진행했다. 사업은 총 405회 진행됐으며, 도민 총 1만1098명이 수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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