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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10)구소은 장편 '검은 모래'②
"아무리 험악해도 바다는 원망 말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6.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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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해녀의 물질 장면. '검은 모래' 속 미야케지마는 초창기 한국에서 이주한 해녀들이 둥지를 틀었던 섬이다. /사진=한라일보DB

머나먼 섬까지 역사의 파도
차별 견뎌온 재일 해녀 가족

테왁 재료인 박 영글날 기대

지금도 살아 꿈틀대는 화산섬이라고 했다. 일본 도쿄에서 남해상으로 약 180㎞ 떨어진 미야케지마(三宅島). 언제 또 불을 뿜을지 모르지만 섬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 무너지면 다시 세우고, 파이면 메우며 살아온 그들이다. 그 섬에 오래전 제주 해녀들이 있었다.

구소은의 장편 소설 '검은 모래'(2013)의 주된 배경은 이 섬이다. 제주 해녀 구월이 일본으로 이주해 가장 먼저 정착한 섬으로 그의 딸 해금, 해금의 아들 건일(켄), 켄의 딸 미유로 이어지는 4대의 삶에 빛과 그림자를 던지는 장소다.

휘황한 불빛이 내려앉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이국의 섬, 그곳에도 한국현대사의 파도가 덮쳤다. 제주4·3, 6·25한국전쟁 등 바다 너머에서 벌어진 일로 미야케지마에 둥지 튼 구월이네 가족은 제주 해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더해 사랑하는 이를 전장에서 잃는 등 고통을 겪는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구월은 딸에게 말한다. "바다가 아무리 험악하고 모질게 굴어도 절대로 원망하지도 말고 탓하지도 말아라. 바다는 말이다, 우리 잠녀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으니까. 우리네 인생이 바다에 달렸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해금은 이를 마음에 새기며 미야케지마에서 보소반도 와다우라로, 다시 미야케지마로 옮겨 물질하며 버텼다.

변화하는 시대 앞에 섬은 오래도록 같은 얼굴을 할 수는 없었다. 여객선과 여객기는 섬과 도시를 잇는 시간을 단축시켰고 해금은 낚시꾼이나 스쿠버다이버 등 피서객을 대상으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돈을 벌기 위해 건너온 제주 해녀들이 그네들끼리 모여 살았던 미야케지마의 미이케우라는 화산재와 풍파에 만신창이 넝마의 땅이 되어 있었다. 생이 다해가는 해금은 손녀 미유와 섬을 둘러보는 동안 가슴에 통증이 이는 걸 느낀다.

소설 속 세 여자는 바다의 존재를 인정하고 오히려 위안을 받는 반면 남자인 켄은 부정하려 애쓴다. 켄은 '조센징'이면 아무리 피나게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끔찍히 싫었다. 그것은 제주 해녀인 어머니, 나아가 바다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결국 병든 어머니를 부르며 화해하는 켄을 포함 4대를 동시대로 연결하는 건 박이다. 초가을 영그는 달덩이 같은 박은 속을 파내 바짝 말려 부레풀로 붙이면 테왁이 된다. 파낸 속을 들기름에 볶으면 고소한 박나물이 되고 멸치, 무, 다시마로 국물을 내면 시원하고 깊은 맛의 박국수로 탄생한다. 해금이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섬에 박씨를 심는 장면은 우도에서 미야케지마까지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생을 마치는 어떤 삶들을 기억해달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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