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 70주년 4·3 문화콘텐츠 확대 계기 되나

[제주문화가 이슈&현장] 70주년 4·3 문화콘텐츠 확대 계기 되나
대통령 주목한 4·3예술 새 시대 방향 찾아야
  • 입력 : 2018. 04.09(월)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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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해원상생굿이 70주년 4·3을 맞은 올해는 제주도와 제주문예재단 주최로 9일부터 7일간 4·3평화공원에서 해원상생큰굿으로 치러지고 있다. 강경민기자

“4·3 고통 작품에 새겨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
제주민예총 4·3문화예술축전 등 지난 성과 이어
미체험 세대 등 위한 4·3알리기 창작작업 필요


서순실 심방은 눈물수건을 부여잡고 훌쩍였다. 산으로, 굴 속으로, 바당 속으로 숨어들다 끝내 숨져간 이들을 부르는 대목에서 더욱 그랬다. "조상님들 어서 오십서."

9일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 4·3 70주년을 맞아 이곳에 굿판이 차려졌다. 통곡의 세월 70년을 저승에 빗대 7일동안 진행되는 해원상생큰굿이었다. 첫날 신을 청해들이는 초감제에 이어 10일부터는 제주도내 마을별 희생자를 불러내 저승길로 평안히 보내는 영가질치기가 이어진다.

▶문화예술 4·3알리는 주요 통로=해원상생굿은 25회째인 제주민예총 4·3문화예술축전의 대표 행사다. 1987년 꾸려졌던 제주문화운동협의회의 취지를 이은 제주민예총의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제주작가회의, 탐라미술인협회, 노래세상 원 등이 마당극, 소리굿, 시와 소설, 미술, 노래 등으로 4월을 침묵 속에서 끄집어냈다면 제주 무속굿을 전승해온 제주섬 예인들은 또 한편의 예술마당을 빚어왔다. 도내 대량학살지 등을 찾아 원혼을 달래는 굿판엔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곳은 4·3 세대가 '주연'이 되는 뭉클한 무대로 변했다.

지난 3일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눈물 어린 노력"을 언급하며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제주 문화예술계의 지난 분투를 격려했다. 이날 제주민예총을 시작으로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까지 하나하나 소개됐다.

이는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또 다른 과제를 던진다. 제주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전국 곳곳 추념 행사를 계기로 4·3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4·3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문화예술 분야이기 때문이다.

▶제주형 문화콘텐츠 확장 가능성=이번 문화예술축전에선 익숙한 공연물이 문예회관 안팎을 누볐다. 놀이패 한라산의 '헛묘', 민요패 소리왓의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가 공연됐고 4·3의 전개 과정을 담은 역사거리굿은 '해방'과 집체극 '한라'로 확대해 선보였다.

문예회관 대극장으로 향한 집체극 '한라'는 국악오케스트라 반주로 생동감을 살렸고 종전 야외 공연에 비해 집중도를 높였지만 무대의 입체감이 떨어졌다. 70년이라는 의미있는 해였지만 오랜 기간 4·3을 알려온 제주 예술인들이 처한 어려움을 새삼 드러냈다. 창작에 전념할 수 없는 공연예술인들의 현실에 더해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한 4·3 작품 제작에 대한 중압감이 그것이다.

해원상생굿이 4·3 유족을 넘어 4·3을 알리는 현장굿으로 끌어가야 하는 일처럼 4·3 문화콘텐츠 역시 미체험 세대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문학, 미술, 공연 등 선배 예술인들이 거둔 성과를 바탕삼아 '제주형 문화콘텐츠'의 하나로 평화·인권의 가치를 품은 4·3을 여러 방식으로 작품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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