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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의 백록담] 'B급 며느리'와 명절증후군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8. 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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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한바탕 하고 명절에 안 내려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시어머니라면 '개념 없는 무대책 며느리'라고 할지 모른다. 반대로 며느리라면 '용기가 부럽다. 하지만 과연 나는?'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 말은 다큐영화 'B급 며느리' 속 며느리 김진영씨의 말이다. 주인공은 30대 중반의 여성이자 결혼 3년 차 주부이다. 연출을 한 선우빈 감독의 아내이기도 하다. 자꾸 말을 바꾸는 시어머니를 '채증'하기 위해 찍었던 영상이 결국 다큐영화가 됐다고 한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더 강렬하다. 'My Son's Crazy Wife(내 아들의 정신 나간 아내)'.

설 명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명절 스트레스' '명절증후군'이다. 며느리, 사위, 시어머니, 시아버지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할 말이 많다. 그중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 바로 '고부갈등'이 아닐까.

다시 다큐로 돌아오면, 부부는 명절마다 싸운다. 명절뿐만 아니라 가족행사 때마다 싸운다. 고부 사이를 떠나면 두 여성은 문제가 없다. 진영씨는 대학 입학하자마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할 만큼 똑똑하고, 명랑하고 밝은 성격이라 남편과 아이를 웃게 한다. 시어머니 경숙씨도 구연동화 자원봉사를 다니는 인자한 할머니다.

이 영화는 지난달에 개봉했지만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영관을 확대하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주에서는 이미 제주여성영화제를 통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영화 속 메시지는 뭘까. 가족제도의 현실 속에서 빚어지는 고부갈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고부갈등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남편이자 아들에 대해서도 영화는 지적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낀 새우'가 아니라 '고부갈등의 당사자'라고 말한다. 제대로 싸우던가, 중재해야 하는데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도 이런 아들이자 남편 때문에 상처받는 며느리와 시어머니들이 적지 않다.

시어머니의 입장에서도 며느리는 야속하다. 명절에 오지않은 며느리 때문에 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해야하고, 며느리는 하나밖에 없는 손주를 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가족제도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며느리가 밉다. 이 때문에 아들과 남편을 둔 자리에서 시어머니는 울분을 토한다. 수많은 시어머니들은 이 장면에서 연민의 눈물을 쏟을지 모른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이런 '폭풍우' 같은 시기를 보낸 이들 가족은 지금 서로를 이해하면서 잘살고 있다. 어쩌면 결론은 진영씨의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려는 인간관계가 해법일 것이다.

기자도 40대 중반이 되니 '낀세대' 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한 지 몇년 된 며느리들이 털어놓는 스트레스가 이해되고, 시어머니들의 스트레스도 이해가 되니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A급 며느리'가 되기 위해 참아온 세월도 있고, 이제 오래지 않아 시어머니가 될 처지이다 보니 너무 많이 변해버린 지금의 세태에 적응이 안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B급 며느리'를 보면서 그저 웃을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올해는 결혼 20년이자 며느리가 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그렇듯 명절이 다가오면 '며느리의 도리'를 고민하고 눈물 흘리고 참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올해 설날에는 처음으로 'A급'도 'F급'도 될 수 없다. 그저, 얼마전 서천꽃밭으로 떠난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며느리가 있을 뿐이다. 늘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A급 시어머니'가 그립다. <이현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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