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의 목요담론] 전체를 생각하며 부분을 이루어야

[김태윤의 목요담론] 전체를 생각하며 부분을 이루어야
  • 입력 : 2018. 01.11(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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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읽었던 책인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책의 저자는 종교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은 서로 같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과 화합을 통해 각자가 지향하는 전체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에서 '길'은 종교의 교리(부분)를 이야기하며, '산'은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구원의 실체(전체)로 인식하고 있다. 생각이 다를 때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기가 바라보는 부분에 집착할 때 일어나며, 공동이 지향하는 전체마저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부분(길)과 전체(산)로 이루어져 있다. 부분이 없는 전체를 생각할 수 없듯이,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부분에 집착하면, 부분을 이루어도 바라는 실체에 도달할 수 없다. 이처럼 관점의 차이는 서로 다르며, 멀리 있는 전체보다는 눈앞에 펼쳐지는 부분적인 것에서 자주 발생한다. 인식이나 관점의 차이로 발생하는 부분의 문제를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부분에 집착하기보다 전체를 바라보는 공동의 인식을 우선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부분에 집착하다 전체를 놓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전체를 생각하며 부분을 이루는 일이 말처럼 쉽지도 않다. 마음이 태도를 결정하며, 태도가 마음의 상태를 결정하기도 한다. 감정이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감정이 나쁠 때는 부분의 것을 전체인 것처럼 여기며 과잉 반응하기도 한다. 감정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쉽게 변하는 속성까지 지니고 있다. 가변적인 우리의 마음이 가변적인 것을 중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전체보다는 부분적인 것에 붙들리기 쉽다.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기보다 상대방의 문제로 전가하려고 한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때에는 책임에 따르는 노력과 아픔을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상대의 책임이라고 여길 때는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평가하는 것으로 그쳐 버리면 그만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책임지는 사람은 적고, 비방만 난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책임일 때에는 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상대의 탓으로 생각하는 한 성장도 유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시점의 어느 한 단면을 두고 얘기할 때에는 반드시 부분적인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오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부분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극히 부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체인 것처럼 단정하며 얘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을 마치 전체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바로 자기 중심성이다.

사람들은 자기 중심성을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논하며 판단하려 한다. 자기 중심성이 강할수록 타인의 견해를 외면하며,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부분에 집착하고, 결국 부분에 갇혀 살게 된다. 전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성의 한계를 인정하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전체를 생각하며 부분을 이루어 갈 때 개인도 사회도 성장하게 된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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