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론]‘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제주를 돌아보며

[한라시론]‘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제주를 돌아보며
  • 입력 : 2017. 05.18(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매년 이맘때만 되면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생물다양성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유엔이 매년 5월 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인류가 지구상의 생물의 가치를 존중하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은 말 그대로 생물과 다양성을 합한 말이다. 즉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하는 생물이 다양하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0.000007%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생태계의 최종 소비자의 위치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다른 생물체로부터 얻어 쓰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인류에게 음식물과 의약품 및 산업용 원료 등을 제공 할 뿐만 아니라 대기와 물, 기후를 조절하고 정화하는 환경서비스 기능과 정서적 안정과 휴식 같은 문화적 서비스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생물다양성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존을 위해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는 9700여종의 생물자원을 보유한 종 다양성의 보고(寶庫)이다. 이에 자연과 공존하는 세계적인 청정 환경도시 제주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더불어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기반 확보를 통해 특화산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으로써 제주 생물다양성의 DB 정보 플랫폼 구축은 물론 생물다양성 자원의 산업화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예컨대, 노랑무궁화인 황근 식재 등 멸종위기종의 복원사업, 천연화장품 원료 은행 구축 및 기능성소재 개발 등의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효율적 관리와 브랜드 가치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태계의 보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제주 생물다양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이 사라지고 있고, 물장군이나 소똥구리를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조릿대의 확산으로 인하여 한라산 고유의 생물종다양성이 사라지고 있고, 곶자왈은 자본과 개발에 휩싸여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탐방객으로 인한 훼손도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 바다 역시 수온 상승으로 생물종이 크게 바뀌고 있는데, 아열대성 어류가 약 51%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측면에서 추진해야 할 것들은 상당히 많으나, 자연에서 얻어진 이익을 생태계 보전에 재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우선 필요할 것 같다. 유럽지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소위 '생태계서비스 지불제'인 PES(payment for ecosystem services) 제도와 같은 제주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제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정도 적극 검토할 때이다.

자연과 생물다양성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할 존재이기에 제주의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력이자 미래인 것이다. 제주는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야만 한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김창숙 J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97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