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 이후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지역 최대 화두다.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2의 강정사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계속됐다.
최근 제2공항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도내 시민사회단체까지도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2공항 부지 선정이 지역주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 이어 제2공항 건설이 제주도민에 이득이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까지 던져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희룡 도정이 제2공항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원 도정의 '갈등해결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제2공항 건설 어떻게 추진돼 왔나?= 저가항공사의 등장 이후 제주공항의 포화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았다. 2년 전 국토부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을 발주했다.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에는 기존 공항을 확충하는 방안,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좋은지에 대한 결론과 더불어 선정 부지까지 함께 제시될 계획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1월10일 제2공항을 성산읍 일대에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진은 성산읍 신산·온평·난산·수산·고성리 등 5개 마을에 걸쳐 495만8000㎡(150만평) 규모로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민설명회부터 '파행'…가장 큰 문제는 '소통부족'=그러나 용역결과를 도민들에게 알리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주민설명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맞았다. 주민설명회는 올해 1월7일 성산읍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제2공항 예정지인 온평·신산·난산·수산1리 등 주민 100여명이 설명회장 내부 단상을 일제히 점거,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날 주민들은 "우리보다 수백, 수천 개의 힘을 가진 권력자들은 사전 언급도 없이 기습적으로 선전포고해 침략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지역주민들은 마을단위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제2공항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설명회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제2공항 갈등은 님비논쟁까지 번지며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제2공항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원인으로 '소통부족'이 꼽히고 있다.
7월 열린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제2공항 갈등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주민의견 수렴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 부지를 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총 90차례의 공청회가 실시된 베를린 브란덴부르그 국제공항을 예로 들며 "제주 제2공항의 경우 미국 연방항공청가이드라인에서 필수라고 규정한 사전공청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용역 수행과정에 주민 참여는 2차례 도민설명회가 거의 전부일 정도다"라고 꼬집었다.
▶지역주민 이어 시민사회단체도 문제 제기=이 와중에 도민 시민사회단체는 제2공항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주도와 국토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가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도민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 추진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면서 "조사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뿐 아니라 주민 공론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고 나가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변변한 도민사회의 공론화 없이 제주 발전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요구는 지역 이기주의로 무시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제2공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저가관광 계속된다면 제주섬이 이들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전제를 놓치고 있다"며 "제2공항은 자연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의 공존조차도 위험해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공항 갈등 해법은?=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에 대한 의혹과 함께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며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한 '주민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미 1년 전 신뢰회복 방안은 제시된 바 있다. 공항 인프라 확충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조성배 공생기반연구소장은 "제주도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도민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갈등을 최소화하는 기본이 된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도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돼온 주요 쟁점에 대해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도민·반대주민에게 충실하게 해명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정부, 제주도, 주민, 제주시민사회단체,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제2공항 추후 일정=한편 제주도는 올해말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이 마무리되는대로 내년 제주공항개발기본 계획 수립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공항 기본 및 실시설계를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