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언제쯤에 내려놓을 거냐고?
혼자 되묻는 사이 가을이 이만큼 깊네
불현듯
이파리 몇 장 덜렁대는 갈참나무
그래도 따라비오름 싸락눈 비치기 전
두 말떼기 가마솥 같은
분화구 걸어놓고
가난한 가문잔치에 부조하듯 꽃불을 놓아
하산길 가스름식당
주린 별빛 따라들면
똥돼지 국물 속에 펄펄 끓는 고향바다
그마저 우려낸 몸국,
몸국이 먹고 싶네
(오승철 작 '몸국)
제주 오승철(59)시인이 제6회 한국시조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몸국'. 한국시조대상은 그동안의 수상자들의 수상작과 함께 우수작을 선정, 하나의 단행본으로 발간되고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심사위원 김제현·이지엽은 "서민적이면서도 제주도라는 지역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오 시인의 작품은 오늘의 부박한 시조단을 더욱 크게 융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간에서 읽혀지는 서사성의 깊이가 현대시조의 나아가야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라는 지역의 정서가 보편적 의미를 지니면서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고 있다"며 "자유자재로 음보의 폭을 조절하는 시조의 가락적 운용이 이미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오 시인은 "지금까지 문단 생활 3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등단 당시만 해도 변방 중의 변방인 섬에서의 시작활동은 고립무원(孤立無援),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바람, 해녀, 오름… 제주는 섬 그 자체가 시조이다. 어떤 오름이든 내가 선택한 오름에 나의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시업(詩業)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국시조대상은 세계시조사랑회가 주최하고 계간 '시조월드'가 주관해 2007년 제1회 수상자로 최승범시인을, 2008년 제2회 수상자로 김제현 시인을 선정했지만 2013년부터 계간 '시조시학'사에서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제6회 수상자에는 오승철 시인이 선정됐으며 우수작으로 김일연, 박기섭, 이정환, 신필영, 오종문, 이달균, 이종문, 박권숙 시인의 작품이 선정됐다.
오 시인은 제주 위미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개닦이' '누구라 종일 홀리나' '터무니 있다'가 있다. 한국시조작품상, 유심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3월 5일 오후 4시 출판문화회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