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형 글로벌역량학교 확산

[기획] 제주형 글로벌역량학교 확산
학생수 늘고 자율성 커지고… 지역 교육 난제 극복하나
  • 입력 : 2025. 10.27(월) 03: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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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창천초에서 진행된 제주형자율학교 학부모 연수. 도교육청 제공

제주남초·저청초·신산초·창천초·평대초·신례초 등 6개교
외국어 소통·지역 정체성 결합 ‘글로컬 교육’으로 인재 양성
통학구역 유연화·특색 교육으로 학생 유입 확대 긍정 효과

[한라일보] 제주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혁신 모델로 주목받는 제주형 자율학교. 그중에서도 글로벌역량학교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외국어 소통 능력과 '글로컬(Glocal, Global+Local)' 공동체 의식을 공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길러내며, 학생 수 감소라는 지역 교육의 난제를 극복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2024학년도) 제주남초, 저청초, 신산초, 창천초 4개교를 글로벌역량학교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2025학년도) 평대초, 신례초를 추가 지정하며 총 6개교를 제주형 글로벌 인재 육성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제주특별법 교육 특례를 적극 활용해 학교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외국어 교육과 지역 특화 교육과정을 결합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며 공교육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평대초에서 진행된 1학기 자율학교 중간 성과발표회. 도교육청 제공

통학구역 파괴한 교육 혁신, 학생 수 증가로 활력=글로벌역량학교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읍·면 및 원도심 소규모 학교의 활성화다. 교육 특례로 통학구역 신축적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혁신적인 교육과정에 매력을 느낀 학부모들이 과대학교나 인근 지역에서 자녀를 전학·입학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남초등학교는 글로벌역량학교 지정 후 가장 드라마틱한 학생 수 증가를 기록했다. 2023학년도 10명이던 신입생은 2025학년도에 39명으로 무려 29명이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마을결합형 생태교육을 특색 교육과정으로 내세운 저청초등학교는 2024학년도 15명이던 신입생이 2025학년도 26명으로 11명 늘었다. 신규 지정된 학교 중 평대초도 3명에서 8명으로 5명이 늘었으며, 신산초는 4명, 신례초는 1명 증가하는 등 대다수 학교가 지정 이전 대비 긍정적인 학생 유입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학교가 가진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교육의 질'이 곧 학생 유치 경쟁력임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제주를 배우고 세계와 소통하는 학교별 특색 프로그램=글로벌역량학교들은 제주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교육과정의 핵심 축으로 삼고, 여기에 외국어 소통 능력을 결합한 '글로컬 교육'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학교별로 특화된 창의적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지난달 열린 글로벌역량학교 공개의 날.

제주남초등학교는 창의적 발명·코딩 교육과 영어 소통 능력을 동시에 강화한다. 학교 특색 과목인 '창의톡톡'을 통해 발명과 창의과학을 접목하고, 특색 활동인 '스마트코딩'과 PGA 선수들이 개발한 골프 교육 프로그램인 스내그골프를 운영한다. 특히, 1~2학년은 국어를 제외한 전 교과를 원어민 교사 상주 수업으로 진행하며 외국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저청초등학교는 마을결합형 생태교육 '마을꽃'을 전면에 내세운다. 저지·청수 곶자왈, 오름 등 마을의 생태 자원을 활용해 생태 감수성과 주체의식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영어 활동 중심 수업을 도입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

해안 마을 학교인 평대초등학교는 '미래 사회를 주도할 글로벌 인재'를 비전으로 평대 Global ACES 교육을 실현한다. 특색 과목 '글로벌평대'는 LEAD(LEARN-EXPLORE-ACT-DEVELOP) 4단계 프로젝트 학습으로 운영되며, 6학년은 제주 4·3을 평화의 관점에서 탐구하고 세계에 알리는 '평대 평화 사절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색 활동 '글로벌생태스포츠'를 통해 서핑, 승마, 양궁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실내외 스포츠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신례초등학교는 '생각하는 글로벌 신례, 영어로 연극하는 글로벌 신례'(생글 영글)를 통해 글로벌 역량을 키운다. '생글'은 독서와 토론을 기반으로 사고력과 문해력,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며, '영글'은 체험 중심의 영어 연극 활동으로 학생들의 표현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킨다.

신산초등학교는 마을을 시작으로 지역 사회인 제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적 참여를 통해 학생들이 글로컬 시민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함양하게 하기 위해 특색 과목 '그등애꿈'을 운영한다. 제주의 자연과 사회·문화를 깊이 탐구하는 푸름제주, 한디누리 영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3~6학년은 전 차시 원어민 협력 수업을 통해 영어 소통 능력을 강화한다.

평대초가 지난 8월 19일부터 27일까지 여름학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글로벌생태스포츠 활동. 도교육청 제공

창천초등학교는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존을 교육과정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특색 과목 '제주어 탐구 생활'을 통해 제주어 낱말, 대화, 노래 등 언어적 역량을 키우고 제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이와 함께 특색 활동인 '창천톡톡(talk-talk)'은 원어민과 함께하는 의사소통 활동으로 구성돼 글로벌 소통 능력을 함양한다.

교육 특례 활용으로 자율성 강화…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 구축=글로벌역량학교는 제주특별법 교육 특례에 따라 교과 시수를 증감 편성하고 학기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제주남초는 4학기제를 운영하여 방학 중 돌봄과 학습 공백을 최소화했으며, 평대초는 여름학기를 신설하여 특색 활동인 글로벌생태스포츠 등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등 학교별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을 구축했다.

이러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은 교원의 교육과정 전문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는 교육활동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조화하고, 전문적 학습 공동체(전학공)를 내실화하여 교원들의 혁신 역량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역량학교의 성공적인 운영은 단순히 학생 수 증가를 넘어, 읍·면 및 원도심 소규모 학교가 지역 사회의 핵심 교육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 교육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며,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인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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