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현대미술 즐기기

[김연주의 문화광장] 현대미술 즐기기
  • 입력 : 2025. 08.26(화) 04: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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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종종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전시장에 가면 특히 설치미술이나 개념미술 앞에서 관람객이 난감해하는 표정을 본다. 보기만 해서는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된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일반 관람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운 작품을 보면 분명한 의미를 안다기보다 오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의 의도를 그저 추측할 뿐이다. 이처럼 현대미술이 실제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생각에는 오류가 있어 보인다. 이 생각에는 현대 이전의 미술은 어렵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과연 이 전제가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옛 작품도 공부하지 않고는 분명한 의미를 알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사자(死者)의 서'를 보면 죽은 사람을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신인 아누비스가 저울을 들고 한쪽에는 심장을, 한쪽에는 깃털을 올려놓았다. 이 그림은 아누비스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죄의 무게를 달고 있는 장면이다. 고대 이집트 신앙을 알지 못한다면 이러한 그림의 의미는 알기 힘들다. 근대까지 그림의 주제로 자주 등장했던 세 명의 아름다운 여신도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제우스의 딸들로 비너스를 수행하는 여신이 아닌 그저 세 명의 여성으로 여겨질 수 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담과 하와가 들고 있는 사과가 원죄의 상징이 아닌 두 사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과일로 보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 신앙, 그리스 신화, 성경 등은 이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에 많은 관람객이 위와 같은 작품 앞에서도 어려움 없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설령 그 내용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관람객은 그런 작품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람, 동물, 식물 등 바로 알 수 있는 층위의 내용도 있고, 형식의 아름다움도 감상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독일 낭만주의 미술의 사회적, 미술사적 배경이나 작가의 의도를 모르더라도 풍경의 아름다움에서 만족을 느낀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그려진 성경 내용을 하나하나 알지 못해도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에 감탄한다. 그럼에도 그 그림이 그려진 의도와 담긴 내용은 작품 설명을 읽지 않고서는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모든 미술은 어렵다고 주장하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물화를 보듯 열린 마음으로 현대미술을 본다면 현대미술도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림에서 사람이나 동물을 알아보듯, 설치미술에서도 우선 드러나는 재료를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어려운 재료는 없다. 대개는 모두 아는 재료이다. 그리고 인물이 누구인지, 왜 그렸는지 알기 위해 작품 설명을 읽듯, 설치미술에서도 왜 그런 재료를 썼고, 그것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작품 설명을 읽으면 된다. 이제 전시장에 가서 현대미술도 즐겨보자.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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