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일대에서 ‘2025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탐방객들이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라일보] 약 180만여 년의 세월 동안 차곡히 형성돼 온 화산섬 제주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도 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대구, 안동, 포항, 평창 등 전국 곳곳에서 온 탐방객 10여 명은 오정숙·장덕순 지질공원해설사협회 전문 해설사와 함께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지질 중심의 C코스를 걸었다. 이들은 황우치해변, 소금막용암, 아아용암과 주상절리, 사근다리 용회암 등 산방산 용머리해안 주변의 지질과 역사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사근다리를 지나 용머리해안에 이르자 오정숙 해설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용머리해안은 약 120만년 전부터 형성된, 제주에서 가장 첫 번째로 생긴 섬이에요. 맨틀에서 마그마가 분출돼 쌓이고, 또 터져서 그 위로 쌓이고를 100만년 정도 반복했어요. 용암이 굳은 곳에 파도가 계속 치면서 지금처럼 용의 머리를 닮은 모양이 만들어져 ‘용머리해안’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이처럼 제주 지질 역사의 상징적인 공간인 용머리해안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출입이 제한적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에서 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잠기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온도가 높은 여름철엔 출입이 불가능에 가깝고, 겨울을 포함해 대략 60여 일 정도만 출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일대에서 ‘2025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탐방객들이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황우치해안으로 가는 길목에는 염분이 있는 곳에서 자라는 ‘순비기나무’가 있었다. 해녀이자 지질 해설사인 장덕순 해설사에 따르면 순비기나무의 열매는 해녀들의 ‘잠수병’을 낫게 해준다는 설이 있어 과거 해녀들은 순비기 열매를 수면 베개에 넣고 그 향을 맡으며 두통을 예방했다고 한다.
C코스에선 제주에서 가장 젊은 용암인 ‘소금막용암’도 만나볼 수 있다. 소금막용암은 약 5000년 전 병악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에 의해 형성됐다. 오 해설사는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아아용암은 하와이에서 유래한 말로, 표면이 거칠어서 하와이 주민들이 이 위를 맨발로 걸으면 ‘아아’ 소리가 나와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이날 대학교 동창들과 함께 탐방에 참여한 김성철(55·평창)씨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데 화산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탐방을 계기로 제주 지질의 역사가 더 알고 싶어 수월봉 지질트레일도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오하준(9·서귀포시 대정읍)군은 “제주에 살고 있지만 몰랐던 제주의 땅(지질) 이야기와 역사를 알 수 있었다”며 “만지면 따가운 아아용암이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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