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광복 80주년 대국민 사진 공모 캠페인 자료로 제시했던 '1917년 정방폭포 구상나무' 관련 보도(한라일보 7월 16일자 2면) 이후 도내 연구자들이 "천지연폭포에서 촬영한 구실잣밤나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립수목원 측은 영국 출신 식물학자 윌슨의 일제 강점기 식물 채집 사진을 토대로 현재의 위치, 식물 등을 확인하는 취지라고 했지만 대국민 캠페인 준비가 촘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일은 국립수목원이 지난 10일 '우리식물의 잃어버린 기록을 찾아서: 이제 당신의 사진으로 이어갑니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홈페이지에 공개한 7개 지역 38점의 사진 중 제주도편에 1917년 11월 촬영했다는 '정방폭포 구상나무' 표기 자료가 올라온 게 발단이었다. 그동안 알려진 구상나무 서식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국립수목원은 이를 일부 바로잡았는데 이 역시 논란이 됐다. '정방폭포와 식물들'로 수정하고 일각의 견해를 토대로 촬영 장소로 추정되는 곳(강정천 냇길이소)을 추가했는데 이 과정에 관련 기록이 누락된 것이다. 윌슨 식물 채집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온라인 사이트(library.harvard.edu)에 게시된 동일 자료 설명에는 정방폭포라는 장소 외에 학명(Castanopsis cuspidata) 등이 안내되고 있어서다. 국립수목원에서는 뒤늦게 학명 표기를 확인하고 '모밀잣밤나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천지연폭포 산책로에 놓인 '구실잣밤나무' 안내판도 동일 학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1917년(대정 6년) 7월 부산일보에 실린 천지연폭포.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국립수목원 대국민 캠페인 자료에 공개됐던 '서귀포 정방폭포 구상나무'. 국립수목원 제공
익명을 요구한 도내 지질학 연구자는 "기사를 보고 1917년 7월 1일 부산일보 지면(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1963년 천지연폭포 사진(국가기록원_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와 이전에 내가 직접 찍은 냇길이소 사진을 뒤져봤다"며 "결론적으로 천지연폭포의 구실잣밤나무를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자는 "국가 기관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인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식물학자는 "애초 '정방폭포 구상나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올린 것부터 의아하다"라며 "실제론 천지연폭포 구실잣밤나무를 담은 사진으로 아마도 윌슨이 용암 절벽에 자라는 나무 상태에 흥미를 느껴 촬영한 것 같다. 당시 제주 사정에 밝지 않은 사람과 동행했다면 촬영지를 정방폭포로 오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립수목원 측은 "캠페인 자료를 작업하면서 '구상나무'로 표기하는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공모전 취지가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면서 실체를 찾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수목원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100년 전 사진의 정확한 위치가 나오면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동정(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이 잘못됐거나 분류학적으로 학명이 바뀌기도 하는데 현지에 직접 가서 기록과 맞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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