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29] 3부 오름-(88)쇠머리, 동쪽에 있는 마루 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29] 3부 오름-(88)쇠머리, 동쪽에 있는 마루 오름
쇠머리오름, ‘아무 옷도 입지 않았잖아!’
  • 입력 : 2025. 05.27(화)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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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닮았다는 확고부동의 설

[한라일보] 제주시 우도에 있다. 표고 132.5m, 자체높이 127m다. "우도(소섬)는 유인도로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 있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쇠머리오름이라 하며 우도 사람들은 '섬머리'라 한다."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제는 너무나 널리 퍼져 이 설명은 확고부동한 진실처럼 느껴지고, 이 설명에 어느 한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1439년 세종실록에 나오는 우봉(牛峯), 우도(牛島)가 첫 기록인 것 같다. 우도(牛島), 1703년 탐라순력도에 우도(牛島), 동두(東頭), 1954년 증보 탐라지에 우두산(牛頭山)으로 표기하였다.

우도에 있는 쇠머리오름. 위가 평평한 오름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역사에 나오는 지명은 소머리오름, 우두산(牛頭山), 우봉(牛峯), 섬머리, 섬머리오름, 도두봉(島頭峰), 동두(東頭), 우도(牛島) 등 8가지다. 이 지명에 대해 소가 누워 있는 형상, 소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명은 연구서는 물론 우도면역사문화지에까지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확고부동한 우도 관련 지명은 과연 옳은 해독인가?

이 중 우도(牛島)는 '소섬' 혹은 '쉐섬'의 한자 차용 표기라 해두자. 소섬, 쉐섬, 우도 등은 이 섬의 오름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섬 자체를 지시하므로 잠시 뒤로 미뤄보자. 오름 지명으로 보자면 소머리오름, 우두산(牛頭山) 등 2개가 한 가지고, 우봉(牛峯)이 또 한 가지이며, 섬머리, 섬머리오름, 도두봉(島頭峰)이 또 다른 한 가지다. 나머지 상당히 이질적인 동두(東頭)가 또 한 가지가 된다.

우선 소머리오름, 우두산(牛頭山), 섬머리오름, 도두봉(島頭峰), 동두(東頭) 등에 들어있는 '머리'가 무슨 말인가부터 짚어보자. 본 기획 바로 앞 회를 보면 두산봉(頭山峰)의 '두(頭)'는 '머리 두'다. 여기서 '머리'라는 발음은 '마르'의 변음이다. '마르'란 평평한 오름이라는 뜻이다. '소머리오름' 혹은 '쇠머리오름'에서 보이는 '머리'란 원래 '마르' 즉, 위가 평평한 오름이란 뜻에서 온 말인데, 이게 '소' 혹은 '쇠'라는 말의 어감에서 '머리(頭)'가 이끌려 나오는 것이다. 그럼 '소' 혹은 '쇠'란 과연 '소(牛)'에서 온 말일까? 만약 이게 '소(牛)'에서 온 말이 확실하다면 '머리' 또한 '두(頭)'의 뜻임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우도. 오른쪽 일출봉보다 동쪽에 있다. 김찬수



동(東)=소, 머리=마르

우도 혹은 '쇠머리오름'을 보면서 소(牛)를 닮았다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우화에서 모두가 '우와 임금님 정말 멋있어!'라고 하지만 어린아이만은 '아무 옷도 입지 않았잖아!' 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소를 닮았다고 하니 그냥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도의 광대코지를 설명한 내용에 고민스러워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섬 전체가 누운 소로 볼 때 광대코지가 있는 곳은 소의 궁둥이에 해당하여 엉치뼈의 위치인데, 뺨의 튀어나온 부분을 의미하는 광대코지가 왜 여기에 있는가는 설명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도의 형상도 소와 관련이 없고, 광대코지의 '광대' 역시 광대뼈와 관계없다. '광대'란 고대어로 바위를 지시한다. 퉁구스어권의 여러 언어에서 '카다', '가다', '카대', '캇', '하데' 계열의 한 변음이다. 각시바위 편에서 참조할 수 있다. '머리'가 '마르'에서 온 말이라는 증거는 두산봉(頭山峰) 외에도 골머리오름, 영머리오름 등 제주 지명에서 무수히 발견된다.

그렇다면 '소', '쇠'는 무슨 말인가? 이 말 역시 '소(牛)'와 관련이 없다. 이 말을 '소'라고 단정하는 한 우도의 지명해독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 말은 '동(東)'이라는 뜻이다. 그 힌트가 1703년 탐라순력도에 나오는 '동두(東頭)'에 있다. 물론 동두(東頭)는 어떤 이가 '동머리'의 한자 차용 표기로서 동쪽 머리에 해당한다고 하여 붙인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동(東)=소 혹은 쇠'와는 까마득하다. 이 '소~쇠'란 고대어로 동(東)을 지시하는 한자 이전의 순우리말이다. '섬머리'의 '섬'은 소머리 혹은 쇠머리의 '소', '쇠'에 관형격 어미 'ㄴ'이 붙으면서 '섬(島)'이 끌려 나왔다. 우도는 말 그대로 그 정체성이 섬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소섬=동쪽 섬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동서남북을 순우리말로 무어라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지명이란 대부분 한자 이전에 지어졌으므로 이 고대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풀리지 않는다. 우선 동(東)을 우리는 '동녘 동'이라 한다. 한자 세대에나 통하는 풀이다. 한자가 없었던 고대인들은 '동녘'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럼, '동(東)'은 무어라 했나? 동의 뜻을 갖는 우리말은 '새'다. 동풍을 제주어로 '샛바름'이라 한다. 이 '쇠'란 말은 제주어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 금강경삼가해(金剛經三家解)라는 책이 있다. 세조의 비 자성대왕대비(慈聖大王大妃)의 명으로 1482년(성종 13) 편찬했다. 이 책에는 '쇠는 동녘'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므로 이 '동(東)'을 지시하는 우리말 '쇠'는 아주 오래전부터 널리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이라는 방위어는 아주 고대에서부터 썼을 것이지만 이제는 한자에 밀려 거의 화석이 돼 버렸다.

'쇠머리'가 여기 말고 또 있다. 제주시 추자면 예초리 '쇠머리섬'에 있는 표고 63.8m의 지형이다. 이 섬을 우두도(牛頭島)라고 한다. 우도 지명과 일치한다. 지역에서는 섬이 쇠머리 같다는 데서 붙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도 우도와 같다. 이 같은 지명은 제주도내 여러 곳에 있다.

쇠머리오름은 '쇠머리'에 '오름'이 덧붙은 지명이다. '쇠마르'에서 분화한 고대어다. '동쪽 마르' 즉, '동쪽에 있는 위가 평평한 오름'이라는 뜻이다. 우도는 '소섬' 혹은 '쇠섬'에서 온 지명으로 '동쪽에 있는 섬 즉, 동섬'이라는 뜻을 가졌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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