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국에서 노인의 기준 연령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 조항에서 65세로 규정한 이후,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1970년 62세에서 2025년 85세로 늘어난 현실에서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표한 2024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제주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3세로, 현재 기준인 65세보다 8세 더 많게 나타나 노인연령 기준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24년 12월 23일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논의는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는 고령층의 특성이 변화하며 65세를 노인으로 보기에는 너무 젊다는 인식과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노인연령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실제로 최근 65세에 도달한 연령층은 과거 노인세대에 비해 훨씬 더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이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일하거나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활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합리적인 노인연령 상향과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노인연령 상향은 사회 다방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우선 과도한 노인복지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기초연금 등 노인 대상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노인 기준 연령이 높아지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또한 노인연령 상향은 다채로운 경력, 지혜, 역량 등을 보유한 노인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노인을 단순히 나이가 아닌, 능력과 삶의 의지를 기준으로 인식하게 해 이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는 지역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연령 상향이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지금까지 노인복지 혜택을 받아온 취약계층이 사회적으로 소외될 위험성이 커진다.
만약 노인 기준 연령이 70세로 상향되면, 건강이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65~69세 노인들이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고용의 질이 낮은 고령자 일자리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은 노년기 삶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연령 상향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 듯하다.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노인연령 기준이 높아지더라도,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노인세대를 단순한 연령 기준이 아닌, 개개인의 기능과 삶의 맥락을 반영한 다층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성찰이 요구된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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