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현의 편집국 25시] 기억하려는 노력

[김채현의 편집국 25시] 기억하려는 노력
  • 입력 : 2025. 04.24(목) 00:3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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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흔히들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픈 기억도 무뎌진다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조용히 몸을 맡기면 상처도 점차 흐려진다고. 하지만 모든 기억이 그렇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지는 기억도 있다.

'재일제주인'. 대학 시절, 단지 리포트를 위해 처음 접했던 단어였다. 그때는 그저 낯선 단어 중 하나였지만, 기자가 된 지금, 이 단어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오사카에서 열린 4·3위령제를 직접 취재하면서였다. 제주4·3의 아픔이 바다를 건너 일본 땅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맘 속 깊이 다가왔다.

환경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달랐지만, 그들 역시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잃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붉어진 눈시울, 제단 앞에 놓인 하얀 꽃 한 송이. 기억은 국경을 넘어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다. 기억은 과거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올해로 제주4·3은 77주년을 맞았다. 긴 시간이 흘렀고, 세월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4·3을 조금씩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건, '기억하려는 노력'이다. 정부는 다음 세대가 4·3의 진실을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에 힘써야 하고, 우리 역시 역사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야 한다.

기억은 그냥 남지 않는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말하고, 이어갈 때에야 비로소 살아남는다. <김채현 행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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