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수 "그게 무엇이든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 찾아라"

변종수 "그게 무엇이든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 찾아라"
2일 한라일보 주관 'JDC 톡톡튀는 교육특강' 열려
연극인 변종수씨 초청 제주중앙고 후배들과 만남
드라마 '파친코' 등 제주어 연기 지도·감수자 활약
대학 연극동아리 "잘했다"는 한마디에 시작된 연기
34살에 연극영화과 입학 등 외길 걷다보니 햇살 보여
  • 입력 : 2022. 12.02(금) 21: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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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인 제주중앙고를 찾아 후배들에게 '먹돌도 똘람시민 궁기 난다'란 제목의 특강을 펼치고 있는 연극인 변종수씨.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윤여정·이민호 등이 주연한 '파친코', 김수현 극본의 '인생은 아름다워', 제주를 배경으로 촬영된 '멘도롱 또똣'…. 화제를 모았던 이들 드라마에 그가 있었다. 제주 연극인 변종수(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 대표)씨다. 연극 무대를 누볐던 경력을 살려 배우들의 제주어 연기를 돕거나 제주어 감수를 맡았고 때론 단역으로 출연했다.

1985년 대학에 입학한 이후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깨달았고 그 길로 줄곧 '연기 전문가'로 살고 있는 그가 후배들 앞에 섰다. 2일 제주중앙고 다목적관 강당에서 진행된 '스타강사와 함께하는 JDC 톡톡튀는 교육특강'을 통해서다. 변 대표는 제주중앙고(옛 제주상고) 31회 졸업생이다.

한라일보 주관으로 마련된 25회째 교육특강에서 그는 2학년 학생 240여 명을 대상으로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장면들을 풀어냈다. '먹돌도 똘람시민 궁기 난다'('차돌도 뚫다보면 구멍이 난다'는 뜻의 제주 방언)는 강연 제목에서 짐작하듯, 외길을 걷는 동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기회가 찾아왔던 날들의 기억이 강연장에 펼쳐졌다.

"저에겐 3열등이 있었어요. 공부도 못하고, 집안 형편도 어렵고, 키도 남들보다 작아서. 그러다 대학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죠."

선배들의 "잘했다"는 그 한마디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전문대에서 토목을 공부했지만 그의 적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15년간 연극 무대를 지켜오다 제대로 연극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34살에 서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38살 때는 청주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해 졸업했다. 50이 넘어서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제주중앙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주 연극인 변종수씨가 특강을 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뒤늦게 연극영화과로 진학했지만 열정만으로 앞길을 헤쳐가는 게 쉽지 않았다. 학비 마련을 위해 휴학하고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다. 이번에도 그를 인정해준 사람이 있었다. 서일대에서 학과장으로 있던 한국의 대표 배우 최불암씨로 4년제 연극영화과 편입학을 준비하는 그에게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했다.

기획자로, 연극인으로 지내던 그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참여하며 주변에 '제주어 연기 전문가'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그를 부르는 곳이 하나둘 늘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 드라마인 '파친코' 촬영 때는 두 달 동안 캐나다에 머물며 제주어 연기를 지도했다. 마침 강연 전날인 1일에는 그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파친코 2' 출연 의사를 물으며 오디션을 제안해왔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품고 가는 그는 이날 모교 재학생들에게 "그게 무엇이든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마임 연기를 하며 자연스레 강연의 막바지로 청중들을 이끈 변 대표는 '낙상매' 이야기를 꺼냈다. "매들은 새끼들이 날아야 할 때 먹이를 바로 주지 않고 일부러 둥지 옆으로 떨어뜨린다고 해요. 먹이를 먹느라 바닥에 떨어지면 대부분 죽게 되는데, 거기에서 부단하게 살아오르는 놈이 있어요. 그걸 낙상매라고 합니다." 때로는 고통이나 결핍이 더 큰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끝으로 그는 후배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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