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1)서귀포시 '월평동'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1)서귀포시 '월평동'
백년을 내다보는 달의 언덕 마을… 원풍경 가득
  • 입력 : 2018. 07.17(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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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단지로 유명 백합따기 체험은 유지
포구 올레길 7구간 종점·8구간 시작점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돼 변화 모색 중




달이 언덕을 이룬 듯 반월형의 낮은 구릉지형이라 이름 붙여진 마을 월평동. 서귀포시에서 10㎞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북으로는 하원동과 인접하고 동쪽으로 강정마을과 서쪽으로는 대포동과 중문동을 이웃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인지 강정, 대포, 월평은 한마을처럼 많은 부분이 닮았다.

토양의 특성상 논농사가 흔치 않은 제주에서 비교적 논농사가 발달한 곳은 강정과 월평이다. 강정천의 풍부한 용수와 좋은 토질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제주시쪽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논을 장만했다고 한다. 감귤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금은 감귤과원으로 변했다.

월평동은 한때 백합화훼단지로 유명했었다. 마을 입구에 월평화훼단지라는 입간판이 붙어있는 이유이다. 전체 백합생산의 60%를 담당할 정도의 규모로 활성화됐었다. 최근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백합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화훼 농가를 책임지는 농장주들의 연세가 높아지다 보니 이 일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명성은 저물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몇몇 농가가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백합꽃이 필 무렵이면 백합 따기 체험이 진행된다.

정보화마을 홈페이지에 공지가 나면 신청을 하고 지정된 날에 방문하면 경운기를 타고 마을길을 돌아 백합 농장에 가서 백합을 따는 체험이다. 농촌을 그저 눈으로 보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기에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수익성을 따지면 할 수 없는 행사지만 이런 보람들이 있기에 지속하고 있다.

월평동의 접근성은 그리 좋지 않다. 일주도로에서 하원동을 거쳐 1㎞쯤 바다 쪽으로 달려와야 한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르면 커다란 소나무들이 떠억 버티고 있다. 바다를 낀 언덕 위 도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포근하다. 과거 어른들의 지혜덕분이다. 바다 쪽에서 올라오는 나쁜 기운과 허한 지세를 보완하기 위해 언덕주변으로 아왜나무과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을 '아왜낭목'이라 한다. 지금은 아왜나무는 거의 남아있지 않고 소나무들이 높이자라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버스정류장 한켠에는 마을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회관이 없어 불편했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을문화관 건립을 하는 과정에 이 분들의 도움이 컸다. 이에 마을 개발에 도움을 준 재일동포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이다. 이외에도 그 옆으로 충혼비가 같이 세워져 있다.

월평동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다. 그러나 마을 남쪽으로 엄연히 바다를 끼고 있다. 높은 해안 절벽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마을 내 해녀로 일하거나 배를 띄워 바다 일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곳이 낚시 포인트로 혹은 바다 속 풍경이 아름다운 잠수지점으로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월평포구 혹은 '동물개'라고 하는 이 곳은 올레길 7구간의 끝 지점이기도 하고 8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어선 5~6척만 정박해도 꽉 차 보일만큼 조그마한 곳이다. 포구의 입구가 자연스레 좁아지는 지형으로 인공방파제 등의 구조물이 없이도 포구가 형성된 곳이다. 배를 정박할 수 있게 콘크리트를 시설물을 약간 한 것 외에는 원초적인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포구를 끼고 해안 절경이 이어지는데 큰기정에 이르면 절정이다. 기정은 절벽의 제주어로 큰기정은 해안절벽이 높게 드리워진 곳이다. 배를 타고 나가 섬 쪽을 바라보면 월평바다의 해안 절벽과 물색이 아름다워 많은 배들이 이 곳에서 멈춰 서곤 한다고 한다. 이런 경치들이 대포바다로 이어져 주상절리와 연계되고 있다.

그 외에도 옛 어른들이 정성을 올리던 월평본향당과 토산당, 진끗내 요드레당 등이 있다. 월평본향당은 상창골에 위치하며 주변의 나무와 바위를 의지해 당을 마련했다. 6월과 11월 매 7일에 제를 올린다. '시루둥이당'이라고도 하는 진끗내 요드레당은 진끗내 냇가의 바위아래 있다. 특별한 시설을 갖추지 않고 나무와 바위에 물색과 지전을 걸어둔다. 토산당은 역시 상창골에 위치하며 나무숲 아래 자연석을 제단으로 삼은 당으로 옛 정의현 출신 사람들이 다니던 당이다.

월평마을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시발점에 서 있다.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 선정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돼 마을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기존의 재건축 재개발과는 다른 접근이다. 기존의 마을의 전통을 존중하고 보존하며 미약한 부분들을 보강 발전시킨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마을 도시재생대학 등의 교육을 통해 마을 분들의 고민과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당장 내일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 느리지만 먼 미래의 후손들이 행복한 월평동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 이상엽 월평마을 이장

"백년 내다보는 계획을 수립"




월평마을은 261세대의 568명이 거주하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면적도 164만7263㎢로 작다. 하지만 기온이 온화하고 땅이 좋아 농작물이 잘된다. 예부터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최근엔 감귤과원으로 변했는데 이 곳의 귤 작물들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주면의 강정, 법환 등 비슷한 자연환경의 지형들이 대개 그렇다.

마을이 작아서 큰 사업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을운영을 위해서 집집마다 마을회비를 내고 그것으로 마을회를 운영한다. 최근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는데 이는 이전의 이장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의 마을 만들기와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주민 스스로 참여해 마을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그 과정에 전문가들의 도움이 병행된다. 다행히 우리 마을은 개발이 덜 돼서 숨어 있는 보물들이 많다. 어쩌면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백년을 내다볼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싶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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