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제주愛빠지다](18)백경애 캘리그라퍼

[2017제주愛빠지다](18)백경애 캘리그라퍼
"예쁜 '제주어' 더 널리 알려졌으면"
  • 입력 : 2017. 09.28(목)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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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애 캘리그라퍼는 낯선 제주에서 제주어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오은지기자

제주어 서툴던 '육지 며느리'
6년 전 손글씨 매력에 흠뻑
한글 통해 제주어 다시 보기
이젠 제주어가 작품 '뮤즈'
수업·강의에도 빼놓지 않아
"제주어로 제주 알리고파"

15년전 연인을 따라 온 제주는 생소하기만 했다. 센 바람에 맞서야 해선지 사람들의 말소리는 너무 컸고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어'는 무섭기까지 했다. 1년 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육지 며느리'는 싫다던 시부모님의 반대는 백경애(46·경남 창원 출신·제주시 외도동 거주)씨의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천천히 제주에 스며들길 원했던 백씨에게 시부모님은 "제주에 시집왔으면 제주말을 빨리 배워야한다"며 '제주어' 배우기를 독촉했고, 그건 오히려 그녀의 반감을 사게 했다.

"당시엔 좀 어렸던 거죠. 지금은 시부모님이 제가 제주살이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란 걸 알지만 그땐 반발심에 오히려 더 표준어를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선지 15년을 제주에서 살았어도 아직 그녀의 제주어는 서툴기만 하다. 그런 그녀가 '제주어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캘리그라피를 통해서다.

아이를 가지면서 메이크업 강사를 그만둔 그녀는 육아에 전념하다 6년전 손글씨 'POP'를 접하게 됐고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제주시 외도동에 '글씨놀이터'를 열어 작업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평면 작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의 글씨를 표현해보고자 했던 그녀는 서각 공부도 하면서 올해 4월까지 열 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일년 전에는 뜻이 맞는 지인 3명과 '제주글담'이라는 그룹을 꾸려 두 번의 그룹전도 열었다.

그녀의 전시 작품 아이템에는 늘 '제주어'가 있다. 글자를 쓰면서 한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백씨는 훈민정음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주어'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배척의 대상이었던 '제주어'가 그녀 작품의 '뮤즈'가 된 것이다.

"제주어는 표준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제주의 생활과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제주돌담을 보면 '울퉁불퉁'보다는 '어글락 더글락'이라는 제주어가 먼저 생각나는데 제주어 자체가 제주의 사물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학교 수업과 작업실 교육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도 '제주어'를 꼭 활용한다. "'울랑울랑' '밸롱밸롱' 등 제주어가 참 귀엽고 아기자기하잖아요. 이런 예쁜 제주어를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죠."

쉼없이 '제주어'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녀는 '제주어'를 통해 제주를 널리 알리는 캘리그라퍼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꿈과 환상의 섬' 제주를 자신의 글씨 속에 녹여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고향을 떠나 정착한 낯선 제주에서 그녀는 '제주어'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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