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제주愛빠지다](9)기타리스트 산하

[2017제주愛빠지다](9)기타리스트 산하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연하고파"
  • 입력 : 2017. 07.20(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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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산하씨가 미국에서 3년 간 제작했다는 22줄의 하프 기타를 안아 보이고 있다. 강희만기자

무대 디자이너 삶 접고 음악 직업 삼아 제주로
"구체적인 이주 목표와 저만의 콘텐츠 가져야"

1988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단의 '투란도트' 무대에 홀려 이탈리아에서 무대 연출을 전공했다. 귀국 후 서울에서 20여년간 오페라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4년 제주로 이주한 후 기타리스트로 살고 있다.

독특한 이력의 기타리스트 산하(50)씨의 얘기다. 음악인답게 애월읍 그의 집 거실 한쪽 벽면은 CD로 가득하다. 미국에서 3년 간 제작했다는 22줄의 하프 기타를 안아 보이는 그에게 제주생활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행복하다'며 웃어 보인다. 넓은 오페라 무대를 디자인하던 그가 돌연 작은 기타 하나만 메고 제주로 내려온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며칠간의 공연이 끝나면 대개 무대는 버려져요. 제작자는 제작 단계서부터 버려질 걸 염두에 두니까 제작단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죠. 그런 고민을 20여년간 하다 보니 좀 지쳤나 봐요. 그때 취미였던 기타가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더라구요."

그렇게 기타를 업(業)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쯤 아내와 함께 여행을 온 곳이 바로 제주다. 서울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던 그의 아내는 제주의 자연에 반해 먼저 제주살이를 제안했다. 어떤 구체적 계획도 없었지만 그 길로 그는 홀로 제주로 내려왔다.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처음 두 달은 캠핑장의 텐트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제주시내에서 요가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자연스레 시내에서 가깝지만 한적한 애월읍에 정착하게 됐다.

제주살이의 고충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생각보다 좁은 제주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제주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나답게 살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점 제주환경에 익숙해지고 또 제주에서 다양한 인연을 만나며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답게 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제주에서 다양한 음악인을 만나다 보니 함께 공연하자고 제안하는 분도 생겼어요. 감사한 일이죠. 때론 혼자지만 또 때론 누군가와 함께 공연하게 된 거죠."

카페, 축제, 아내 요가원 내 마련된 조그만 무대까지 그의 공연장소는 다양하다. 연주할 수 있다면 그에게 장소가 어딘지는 썩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제주 자연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야외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고 전한다.

"극장에서 오래 일했다 보니 다시 극장 안에서 공연하고 싶지는 않아요. 또 제주하면 청정한 자연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야외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제주로 이주하고픈 예술가들에게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선후배가 제주살이를 하고 싶어하면 딱 한 마디만 해요. 단순히 카페·펜션을 하려거든 절대 오지 말라구요. 그 사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목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내려오라는 거죠. 분명한 지향점이 없다면 제주살이가 마냥 낭만적일 수는 없거든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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