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기능·문화적 향유 즐기는 이색 장터 한가득
제주자연과 어울리며 여행 필수코스 '오감만족'벨롱장·모흥골 호쏠장·대평 소소장 이름도 별나
삶이 있는 문화장터… 벽을 허물고 정을 나누다
타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으로 인한 제주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사람과 이주민이 한데 어울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삶의 진솔함을 담은 장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마련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시계바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잠시 시간의 짐을 부려놓고 아날로그적 느린 감성을 공유하는 장소, 플리마켓이 지닌 매력이다. 물건을 사고 파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넘나드는 정감, 문화적 향유에 대한 '공통분모'가 이들의 거래를 성립시킨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감성으로 만들어진 장터의 매력이 옛 도심은 물론 제주 전역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사람과 이주민이 만드는 '별난 장터'=사람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소는 바로 장터다. 요즘 트렌드인 플리마켓을 통해 주민과 이주민, 관광객이 한데 어울리고 시장의 고유 영역인 사고 파는 행위는 물론 문화와 예술의 향유도 담겨 있어 요즘 인기다.
제주인의 근원지로 알려진 삼성혈. 고·양·부 삼신인이 태어난 '모흥혈'이라는 옛 지명을 딴 모흥골(제주시 이도1동). 이 곳에서 제주어로 '작은' 의미를 담은 '호쏠장'이 열린다. 이름도 생소한 '모흥골 호쏠장'. 한달에 한번, 마지막 주 토요일에 서는 장이다. 지난 4월에 시작했으니 올해 1주년 맞는 셈이다. 제주시 이도1동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고 제주시 이도1동주민센터와 (주)제주도시환경디자인연구소가 후원하며 원도심 활성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에서도 요즘 가장 핫(hot)한 곳으로 인기가 높은 월정해변 인근에서 열리는 세화 '벨롱장'. 이름처럼 불빛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세화바다를 배경으로 신기루처럼 반짝하고 사라진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간을 놓치면 안된다. 자연을 생각하는 예쁜 장터인 '세화씨(SEA) 지키장'은 청정 제주바다인 세화바다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에코장터다. 매주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세화 카페공작소에서 열린다. 제주시 애월주민들의 장터 '하루하나 반짝반짝 착한가게'는 장전리에 있는 하루하나 카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또는 아트마켓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에 열리며 일정은 해당 사이트(www.haruhana.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수제품을 볼 수 있는 애월 한담해변 인근의 '놀맨 벼룩시장'.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매월과 일이 일치하는 날에 열린다. 8월8일처럼 말이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라는 의미를 담은 문화장터 '동그레장'.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휘닉스아일랜드 주차장에서 3월부터 11월 사이, 2·4째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린다. 오후 3시 인디밴드의 공연은 덤이다. 올레6코스에 위치한 섶섬 '구두미마켓'은 직접 만든 수제품은 물론 지역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7월과 8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5~7시에 가면 된다. 안덕면 대평리 버스정류장 맞은 편을 매월 첫번째 토요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 찾는다면 대평리 '소소장'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제주 전역에는 여기저기에 제주시 아라올레 지꺼진장을 비롯해 삼양검은모래 주말직거래장터 등 플리마켓이 많다. 특히 지역별 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반갑게 맞이하시라.

모흥골 호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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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벨롱장

섶섬 구두미 마켓
▶플리마켓 열광 이유… 문화적 향수 '충전'=왜 사람들은 플리마켓에 모여드는가? 해답은 우리가 갈증을 느끼던 문화적 향수에 기인한다. 그리고 자연과 가까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장터가 끝난 그 자리에는 사람의 향기가 봄바람에 일렁인다.
시장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품은 우리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영역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다. 미래 역시 그럴 것이다. 제주에 새롭게 불어오는 플리마켓의 열풍은 제주사람과 이주민간의 연결고리로 시간 속에 스며들며 그들만의 문화와 향수라는 '공통분모'를 만들고 그 뿌리는 새로운 제주역사를 만들 것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4월의 봄바람처럼 제주 전역에도 사람 내음 가득한 플리마켓이 이어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프로는 아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공연은 물론 작가 또는 직업으로 갖고 판매하는 물건들은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직접 집이나 작업장에서 만든 알록달록한 수공예품에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수제 한라봉 주스와 과일 아이스크림, 갓 구워낸 빵도 촉촉하다. 귀여운 액세서리부터 멋스런 공예품, 정성 들여 만든 소품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다.
플리마켓은 예술가의 창작품이나 수공예품, 농산물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의 농·수·축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이뤄지는 파머스마켓은 재래장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겁고 정겨운 질서'가 있다. 사람들이 플리마켓에 열광하고 빠져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