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최근 보도환경개선팀을 신설했다. 지난해 보도환경개선과를 개설한 서울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제주의 보행환경은 낙제점(落第點) 수준이다. 보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협소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일부는 기울어지고 굴곡이 심해 제 역할을 못한다. 불법 광고물과 전신주·교통표지판 등이 가로 막는 바람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심지어는 차도와 분리 안된 곳도 허다하다.
일부 보도는 잡초 때문에 통행이 어렵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기업과 공공기관이 입주한 첨단과학기술단지 주변 보도가 대표적이다. 일부 구간은 아예 보행자들이 보도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잡초가 무성하다. 이쯤이면 첨단과학기술단지란 이름이 무색해 질 수 밖에 없다.
제주자치도 및 제주·서귀포시청 홈페이지에는 민원(民願)이 쏟아진다. 하도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얼마 전 "하도초-반석주택 간 도로에 인도가 설치되지 않아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보도 설치를 건의했다. 대흘리의 주민은 "조천도서관 옆 도로에 인도가 없어 사고를 낼 뻔 했다"며 보도 설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행정은 "검토하겠다" "도로폭이 좁아 인도 설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보행자들에게 전가된다. 2010~2013년 3월 사이 도내에서는 모두 330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142명(43%)이 보행자다. 성산·애월읍이 각 13명으로 가장 많다. 한림읍(12명), 남원읍(11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밭에 일하러 오가는 도중 도로변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시내권에서는 이도2동(8명), 일도2동(7명), 용담2동(7명), 연동(6명)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교통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치 않고는 애꿎은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세계적 휴양관광지는 고사하고 건강한 도시마저 이루기 힘들다. 차량에서 사람 중심으로 정책의 틀을 바꿔 나가야 한다. 보행로를 제대로 만들고, 보행권을 위협하는 각종 불법적치물들을 없애야 한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의 취지도 보행권의 확보에 있다. 세태는 변하는데 행정만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