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61)<br>태풍 피해복구 제주출신 김봉진 해병

[토요일에 만난 사람](61)<br>태풍 피해복구 제주출신 김봉진 해병
"수재민 생각하며 피곤 잊어요"
  • 입력 : 2007. 09.29(토) 00:00
  • 홍미영 기자 myho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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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고향인 김봉진 해병은 휴가 중 제주로 파견된 부대와 합류, 남원읍 등 지역에서 태풍피해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고향서 일손 거들다 지원부대 합류
남원지역 감귤하우스 복구 '구슬땀'


까맣게 그을린 피부, 탄탄한 근육질 몸매, 짧은 스포츠형 머리. 귀신잡는 해병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외모를 지닌 제2716부대 화기 중대 김봉진(21) 일병.

태풍 '나리'로 피해를 본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한 감귤하우스에서 김일병을 만났다.

김 일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우스 비닐제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 일병은 "하우스 비닐제거 작업과 파이프 철거 작업을 태어나서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쪽 어깨에 비닐을 들쳐매고 높은 비닐하우스 위를 늠름하게 걸어다니며 일을 하는 모습이 열 농삿꾼 부럽지 않아 보인다.

김 일병이 태풍 복구 현장에 투입된지도 벌써 9일째. 그동안 제대로 씻는건 고사하고 달콤한 잠 한번 청할 수 없었다. 임시숙소인 남원읍체육관 바닥에 스티로폼 하나 깔고 새우잠을 자다 아침이면 눈 뜨기기가 바쁘게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김 일병이 복구 현장에 투입돼 일을 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의 가족도 이번 태풍의 피해자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아버지의 감귤밭에 태풍으로 방풍림이 쓰러지며 감귤나무를 덮쳤기 때문이다.

때 마침 김 일병이 지난 15일~19일까지 포상휴가차 제주에 내려온 상태여서 감귤밭에 나가 일손을 거들 수는 있었다.

김 일병은 "아직도 해야할 일이 태산"이라며 "그나마 부모님이 하기 힘든 무거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휴가 4일째 되던 날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김 일병 소속 부대가 태풍 복구 지원차 제주에 내려오니 바로 남원읍체육관으로 집결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일병은 남은 휴가도 반납한 채 현장에 바로 투입돼 19일부터 농가에서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 시간빼고 계속 이어지는 강도 높은 작업은 김 일병이 부대에서 맡고 있는 박격포 탄약수 보직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들고 지루했다. 그러나 김 일병은 성산, 남원, 표선을 오가며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김 일병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해를 입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몸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태풍으로 집을 잃어버리는 등의 피해를 본 수재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하루 빨리 복구가 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에는 김봉진 일병 외에 1천3백명이 넘는 해병대를 비롯한 군 장병들이 도 전역에서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도민들이 태풍피해의 상처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치유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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