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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감각의 각인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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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미싱 영 우먼'.

아주 어려운 질문이 있다. '영화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 질문은 사전적인 의미의 '영화다운 것'은 무엇인가를 넘어 당신이 관객으로서 느끼는 '영화적 순간의 목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냐는 답 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느껴지곤 한다. 과연, 영화를 드라마 등 다른 영상물과 명료하게 구분하는 것이 요즘 같은 OTT 시대에 가능한 시도일까. 이런 시대에는 영화적이라는 말이 혹시 고리타분한 학문적 고집인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영화적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와 영화 답다는 순간들에 대한 호기심들이 빠르게 섞이고 뒤엉키지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뾰족한 답을 내놓기는 늘 어렵다. 물론 영화의 리듬, 사운드, 캐릭터, 카메라 워크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고르게 보기 좋은 합을 이루어 냈을 때 우리는 이러한 수준의 완성도를 영화적인 것의 마지노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로 영화적이라는 말이 육성으로 터져 나올 때가 있는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인 환희의 지점에서 발생하고는 한다. 그러니까 관객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영화라는 드라이버의 가속도를 느꼈을 때 말이다. 영화를 보다 탄식 같은 탄성이 터져 나오는 "그래 이게 영화지!" 같은 즉각적인 흥분과 표현.

에메랄드 펜넬 감독의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올 초 개봉됐지만 1만 관객을 채우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린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을 극장 상영 종료 후 TV로 관람하며 크게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작품을 극장에서 보는 기회를 놓치다니, 게으른 나여!'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의 매끄럽고 폭발적인 레이스를 두근대는 마음으로 관람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젊은 시절 성폭행과 2차 가해를 당해 억울하게 죽은 친구를 위해 대신 복수를 결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간단한 줄거리만 들어도 마음이 아프다. 여기에서 고민이 든다. 서정적인 이야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룰 때와는 달리 이렇듯 현실의 기시감이 강한 이야기를 과연 어떤 미감으로 만질 수 있을까.

'프라미싱 영 우먼'은 이러한 관객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제 갈 길을 씩씩하고 심지어 근사하게 달리는 영화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영화적이란 것에 대한 빼어난 답안에 가까운 영화로 복수극이라는 어두운 장르물의 외피를 턱턱 벗어던지는 작품이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활짝 피워 내는 영화다. 피해자 다움이나 엄숙함을 강요하는 고리타분함에 대놓고 한숨을 하며 분노의 홍조를 띠고 원색의 마음을 드러내며 마음껏 복수를 향해 질주를 하는 영화인 것이다. 블루밍에 가까운 영화의 장면 위에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히트 넘버들이 흥미롭게 변주되어 샴페인 잔을 넘치듯이 흘러내리고 마치 화원에 꽃망울이 터지듯 매 장면마다 의상과 미술, 분장과 촬영 등 영화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화려하고 조화롭게 만개한다.

말하자면 '프라미싱 영 우먼'은 의미라는 확신을 한 손에 꽉 쥔 채 다른 속으로 능숙하게 셀프 스타일링을 해내는 영화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 또한 많은 이 영화는 어떤 얼굴로 관객들에게 말을 걸 것인지, 어떤 표정으로 관객들을 설득하고 결국은 매혹시킬 것인지 다 계획이 있는 영화다. 덕분에 메시지는 명료하게 가슴에 남고 눈부신 잔상과 아련한 잔향이 고루 관객에게 스며든다. 눈에서 마음으로, 귀에서 심장으로 각인되는 영화적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프라미싱 영 우먼'을 오감으로 기꺼이 즐기길 권한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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