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지하수 공수(公水)체계 위협하는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이영웅의 한라시론] 지하수 공수(公水)체계 위협하는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 입력 : 2025. 09.04(목) 01:30  수정 : 2025. 09. 04(목) 06:24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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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화산섬 제주는 예부터 물이 귀했다. 새벽녘 동이 트기도 전에 사람들은 수㎞ 거리의 용천수를 오가며 물을 길어 날랐다. 용천수가 없거나 부족한 마을에서는 빗물을 모아 놓은 봉천수를 생활용수로 이용했다. 자연스럽게 공공의 자산인 물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안전한 관리를 위해 공동체 문화가 형성됐다.

지하수 관정 개발이 이뤄지고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받게 된 지금도 마을에 농업용수 수리계가 있는 것처럼 수자원에 대한 공동체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식수원인 지하수에 대해서는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유지됐다. 물이 귀한 섬인 제주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오염될 경우 도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하수에 공수(公水) 개념을 적용한 지하수 보전정책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제주특별법상에 이를 명문화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주의 지하수를 우리가 흔히 생수라고 부르는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단 예외적으로 제주도가 설립한 공기업에만 허가할 수 있는 근거를 뒀다.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가 그것이다. 이로써 육지부에서는 온갖 사기업들이 먹는샘물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유일하다. 단, 한 곳의 사기업만 빼면 말이다.

제주특별법상 사기업의 먹는샘물 개발 금지 규정을 뛰어넘고 지하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진그룹 계열의 한국공항이다. 제주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허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항이 만든 먹는샘물은 인터넷을 통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일부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공급되고 있다. 이렇게 제주의 지하수를 상품화해 사적 이익을 영위해 온 기간만도 40년을 훌쩍 넘는다.

한국공항은 이도 모자라 십여 년 전부터는 도민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하수 취수량을 늘려달라며 계속해서 제주도에 지하수 증산 신청을 시도해 왔다. 더욱이 자신들이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제주지역 월동채소 화물기 운송 확대, 제주노선 항공편 확대 등을 지하수 증산의 협상카드로 활용해 왔다.

그리고 올해 기어이 한국공항은 지하수 사유화 확대의 시발점이 될 지하수 증산 허가의 첫 관문을 넘어섰다. 오영훈 도정은 제주도민의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최근 한진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제 제주도의회의 마지막 동의 절차만 남았다. 도의회마저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안을 동의하게 되면 제주 지하수의 공수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여러 현안에서 오영훈 도정의 지하수 보전정책 후퇴가 노골화되고 있고, 한국공항의 제2, 제3의 지하수 증산 신청이 노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윤추구를 위한 대기업의 로비가 통할지 아니면 도민의 생명수를 지키려는 도민의 바람이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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