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광역치매센터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지난 10년간 센터는 양적·질적으로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뤘으며, 이는 도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정기관의 정책적 지원, 제주대병원의 행정적인 뒷받침, 그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센터 직원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은 지역사회 치매 관리의 토대를 강화했으며, 공공의료 차원에서의 치매 대응 역량을 향상했다.
과거 치매는 임상적 증상이 뚜렷해진 이후에야 진단됐고, 치료의 효과도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뇌 영상기법,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연구, 조기 선별검사 기술의 진보는 치매 진단의 지평을 근본적으로 확장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임상 증상 발현 이전에 생물학적으로 진단이 가능하게 됐고, 이는 예방적 개입과 질병 진행 억제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4년 말부터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표적하는 치료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생물학적 치매 진단과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의료 영역에서 광역치매센터의 역할에 중대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역치매센터는 치매 인식 개선, 예방,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 가족 지원 등을 주요 과업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물학적 치매 진단과 새로운 치료제 시대의 도래에 대응해, 최신 바이오마커를 현재 안심센터의 치매 조기 검진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하고 협력 병원과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치매의 생물학적 진단과 신약 치료제 도입 과정에서 의료보험을 통한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고령화의 가속화로 심화되는 치료 및 돌봄 자원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광역치매센터는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과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치매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야 한다.
광역치매센터의 지난 10년은 치매 예방, 진단, 치료 및 돌봄이 통합된 연속체적 관리 모델로 확장되고, 치매를 개인적 질환이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게 만든 시기였다. 앞으로의 10년은 치매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지원과 연구를 통해 치매 관리 체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오는 9월 26일 '치매의 미래를 말하다: 패러다임 전환과 대응' 심포지엄과 9월 29일 '치매 극복의 날 기념행사-기억을 밝히다 오렌지 라이트 점등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1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성과를 공유하는 동시에 향후 전략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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