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부산에 오면
  • 입력 : 2022. 10.14(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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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한라일보] 2022년 27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회 개최를 선언했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배우 양조위를 보기 위해 야외무대로 몰려든 천여 명의 인파들 또한 마스크를 쓴 채로 함성을 질러야 했지만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열기는 예년과는 달랐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렇게 기다림에 너그러운 관객들의 환대로 시월 부산의 당황스러울 정도의 일교차가 무색하게 뜨겁게 치러졌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관객과의 대면 행사가 다수 개최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축소 운영됐던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만남의 자리는 대폭 늘어났고 부산을 찾은 감독과 배우들의 수 또한 크게 늘었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주말이 낀 영화제 전반부는 강력한 팬덤을 지닌 온 스크린 섹션의 작품들이, 폐막식을 앞에 둔 영화제 후반부는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뉴 커런츠와 비전 섹션의 작품들이 수놓았다. 월드스타 양조위를 비롯 '브로커',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등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의 감독과 배우들이 부산의 관객들과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함께했고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티빙의 기대작들인 '썸바디', '20세기 소녀', '글리치', '약한 영웅 : 클래스 1', '커넥트', '몸값', '욘더' 등이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배우 박해일, 변요한, 송강호, 강동원, 전여빈, 김유정, 정해인, 박지훈, 전종서, 신하균, 한지민 등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스타들의 출현에 부산의 관객들을 아낌없는 반가움의 함성으로 영화의 전당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시그니쳐 섹션이라고 할 수 있을 뉴 커런츠와 비전 섹션에서는 독립영화 기대주들의 작품들의 연이어 선보이며 새로운 발견의 장으로서 또 한 번 그 역할을 해냈다. 배우 겸 감독 조현철의 첫 장편 '너와 나'가 연이은 매진을 기록하며 영화제 내내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오랜 기간 첫 장편을 기대하게 만든 임오정의 '지옥만세'와 이정홍의 '괴인'이 뉴 커런츠 섹션에 초청되며 독립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엄마의 땅', 배우 김서형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비닐 하우스'를 비롯 '빅 슬립', '이어지는 땅', '공작새' 등 다양한 개성의 작품들의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귀한 자리를 함께했다.

무엇보다 올해 다시 찾아온 반가운 변화는 관객들이 육성으로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감상과 질문을 전하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방역을 위해 오픈 채팅의 형식으로 진행됐던 관객과의 대화는 올해부터 객석에서 관객들이 마이크를 건네받아 떨리는 음성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다시 진행됐다. 진심을 담아 건네는 관객들의 감상과 영화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들은 영화를 만들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작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관객의 이야기에 이 자리에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하는 창작자의 대답은 영화제 기간 내내 모든 상영관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끊임없이 밀려와 해변에 당도하는 파도처럼 영화제 기간의 극장은 그렇게 영화와 관객이 끊임없이 서로를 만나는 곳이었다. 부산에 오면, 그 영화의 파도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물보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폭죽과 꺼지지 않는 불꽃놀이가 함께 있는 곳, 시월의 부산이었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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