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주愛 빠지다/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11) ‘성지오름 에스프레소 바’ 운영 강하나 씨

[2025 제주愛 빠지다/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11) ‘성지오름 에스프레소 바’ 운영 강하나 씨
"뭔가 하고싶다면 제주는 기회의 도시"
  • 입력 : 2025. 09.17(수) 02: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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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제주로 이주해 카페 '성지오름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고 있는 강하나 씨.

15년 전 영국에서 맺은 특별한 인연으로 제주살이
동네 주민과 소통하며 키워가는 카페 이야기 담아
"아름다운 자연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 최대 장점"


[한라일보] 제주시 원도심, 동문시장 근처. 횟집과 식당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고소한 커피 향을 따라가다 보면 아담한 카페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성지오름 에스프레소 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관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손님을 맞는다. 마치 영국의 한 소품숍에 와 있는 것 같은 장식품들이 걸려 있고, 그 앞으로는 제주 소품들도 한가득이다. 따뜻한 온기를 품은 이곳에서 고소한 커피 향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짓는 강하나(39)씨를 만났다.

강 씨의 제주 정착기는 15년 전 런던에서의 특별한 인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어학연수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한인 식당 아르바이트가 그녀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식당을 운영하던 사장님 부부는 타지에서 홀로 고생하는 어린 그녀를 친딸처럼 아껴주었다. "이모님(사장님) 내외분은 별것 아닌 것에도 진심으로 저를 챙겨주셨어요. 그 따뜻한 마음이 정말 감사했죠." 그렇게 쌓인 인연은 10년이 넘도록 이어졌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매년 제주를 찾아 만났다. 그들은 진짜 가족 같은 사이가 됐고, 제주는 제2의 고향이라 느낄 만큼 친숙해졌다.

서울의 한 커피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며 번아웃을 겪고 있던 하나 씨에게 운명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2년 전 이모님 내외가 제주시에 소유한 건물 1층이 공실이 됐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언젠가는 제주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그는 이 소식을 듣자 망설임 없이 내려올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커피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제주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카페 운영을 선택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제주에 터를 잡기까지는 단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23년 7월, 그는 정식으로 제주도민이 됐다.

그가 제주에서 살겠다고 했을 때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지인들이 "제주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괜찮겠냐", "제주 생활은 3년이 고비라고 하던데 어떻게 넘길 거냐"며 걱정했지만, 강 씨는 "어딜 가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믿음으로 담담하게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관광객 대신 도민에게 집중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동네 주민들이 오며 가며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아메리카노 가격도 낮게 정하고, 따뜻한 소통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던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는 매일같이 가게에 들러 정담을 나누는 단골이 됐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것은 덤이었다. "주변 상인분들이나 성당 분들, 제주에서는 삼춘들이라고 하죠.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이제는 '쟤 저기서 잘 버티고 있네' 하면서 반가워해주시죠. 저에게는 삼춘들이 소중한 고객입니다." 서울에서 누렸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왔지만,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얻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됐다.

강 씨는 제주에서의 삶에 대해 "공연 같은 문화생활은 찾아서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쇼핑도 인터넷으로 다 해결되니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아름다운 자연을 언제든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제주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제주라고 특별할 건 없습니다. 그냥 장소의 문제일 뿐이에요. 내가 어디서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일단 한번 와서 살아보세요. 제주는 긍정적인 마음만 있다면 좋은 사람들도 많고,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도시입니다."

김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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