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종가시나무와 곶자왈

[송관필의 한라칼럼] 종가시나무와 곶자왈
  • 입력 : 2021. 10.26(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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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시나무는 아열대식물로 우리나라 남부 해안과 제주도 및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까지 자라는 식물이다. 제주에서 많이 분포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넓은 상록활엽수림을 가지고 있는 곶자왈 지역이다. 이곳을 대표할 수 있는 나무가 종가시나무이다. 근래에 화산폭발이 이뤄진 일본의 오시마섬을 방문했을 때 느낀 것은 '종가시나무가 화산에 잘 적응한 식물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흐른 뒤 시간이 지나면 자리에 물과 토양이 모이고 그 곳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게 되며 여기에 바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종자를 이곳으로 이동시키게 되면 싹이 트고 커다란 나무가 자라게 되는데 여기에 잘 적응한 나무들이 빠르게 들어온다. 현재의 곶자왈은 최소 1000년이 지난 상황으로 처음 생성되는 숲은 아니다. 긴 세월 목장으로 활용되거나 목재의 생산지로 사용됐다가 다시 형성되는 숲이다.

현재 제주의 곶자왈은 종가시나무가 우거진 곶자왈과 팽나무나 곰의말채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는 곶자왈로 크게 비교할 수 있다. 종가시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가면 돌무더기 위를 걷는 것보다 빌레를 걷는 느낌이 강하고, 팽나무가 우거진 지역에 가면 돌무더기를 건너가거나 옆으로 지나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암반의 형태에 따라 숲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곶자왈 지형이 특징이다. 종가시나무가 우점하는 지역은 빌레에 울퉁불퉁한 지형을 기반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빌레를 중심으로 한 곶자왈은 지금도 숲이 형성돼 가는 과정이 묵밭이나 토양이 있는 지역에서 발달하는 숲과 다르게 토양이 조금이라도 쌓이는 지역은 잔디나 띠 등이 장악하는 지역이 나타나지만 토양이 잘 쌓이지 않는 지역에는 종가시나무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먼저 들어와 듬성듬성 자라는 형태를 보이게 된다. 현재 곶자왈의 종가시나무림에 들어가보면 나무가 크지 않음에도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넓고, 과거에 땔감이나 목재로 활용하고 다시 생성된 하나의 뿌리에 여러 개의 줄기가 자라는 맹아림 형태를 보인다. 그리고 종가시나무 아래에 작은 나무들도 많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백동산 지역을 가보면 종가시나무와 곰솔 또는 구실잣밤나무가 자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곰솔이 있는 경우는 많은 부분이 1970년대 부터 활발히 이뤄졌던 조림사업에 의해 조성된 곳이 상당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아래에 종가시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목장으로 활용됐던 지역도 지금은 목장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부터 종가시나무가 자라고 현재에는 사람 키보다 높이 자라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종가시나무는 큰 나무로 자랄 것이다.

종가시나무가 자라는 곳자왈은 대부분 빌레로 이뤄진 곳이며, 얼마 남지 않은 용암 지대이다. <송관필 곶자왈공유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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