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엘리제 아닌 '아버지를 위하여'

오늘만큼은 엘리제 아닌 '아버지를 위하여'
제대병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회' 개최
말기암 아버지 위해 피아니스트 딸이 직접 '연주'
  • 입력 : 2021. 04.08(목) 15:4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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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은형씨가 말기암 환자인 아버지를 위해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로비에 갑자기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려퍼졌다. 말기암 환자인 60대 아버지를 위해 독일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딸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것이다.

 제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은 지난 7일 병원 1층 로비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불치병 말기 환자가 고통과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이날 음악회의 주인공은 2017년 암 진단을 받은 뒤 올해 호스피스 병동에 입소한 이창효(64)씨와 그의 딸 이은형(35·여)씨였다. 독일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은형씨가 제주대병원 측에 아버지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요청했고, 병원 측이 이를 수락하면 이뤄진 것이다.

 음악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창효씨의 가족과 병원 관계자 등 최소한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은형씨는 아버지를 위해 '엘리제를 위하여'를 비롯 트로이 메라이, 향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박철민 제주지역암센터 소장은 "이번 음악회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과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개최됐다"며 "부디 환자와 가족에게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 전문적인 완화의료 팀원들이 모여 환자의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즉 환자가 죽음이 아닌 남은 삶에 더 집중하고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행위"라면서 "제주대학교병원은 도내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 앞으로도 환자와 가족들이 아름다운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은형씨는 아버지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뒤에 독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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