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2025년 국제 4·3인권 심포지엄’에서 윤충로 동국대학교 연구초빙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국가폭력이 남긴 상흔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기억의 주체와 그 내용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개최한 ‘2025년 국제 4·3인권 심포지엄’이 19일 오후 제주4·3평화재단 대강당에서 열렸다.
포럼은 1부 국가폭력의 과거 해결을 위한 노력과 2부 기억의 보존과 전승,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윤충로 동국대학교 연구초빙교수는 ‘베트남전쟁에서의 학살과 기억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윤 교수는 “전쟁 시기 발생했던 폭력과 죽음의 피해에 다가서는 것은 건조하게 표시된 총합으로서의 ‘수치’가 아닌 그 ‘개별성’과 만나는 작업”이라며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을 공론화한 것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한겨레21’의 보도(1999년 9월 2일)로부터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현대사에서 ‘망각된 기억들’이 하나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베트남전쟁의 ‘학살의 기억’은 ‘기억의 연대’로 이어졌다”며 “보도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베트남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 등 단체가 출범해 진실규명 운동이 본격화했고, 이를 위한 성금도 활발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투쟁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과거 학살사건에 대한 상반된 두 기억이 공존한다”며 “춘천시에 건립된 ‘월남전참전기념탑’은 전쟁의 공식기억인 냉전·발전주의에 토대한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의 정당성이 강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진정한 애도의 시작은 죽은 자들이 갖고 있었던 사회적인 책무와 그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산 자들이 이어받아서 해 나가는 것”이라며 “4·3을 포함한 폭력에 대한 기억 보존의 논의에서 누구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이야기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19일 4·3평화재단 대강당에서 ‘2025년 국제 4·3인권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양유리기자
종합토론에서 고성만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3의 과거사 해결은 2000년 이후 제도권 영역에서 ‘해결’ 선언을 목적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을 추진해 왔다”며 “그 시점에서 ‘해결’이 누구의 관점에서 어떠한 과업의 완료를 의미하는지, ‘해결’이 공표되는 순간 제도 속으로 편입 또는 배제되는 기억들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출탬수랭 차스치해르 몽골 국가회복위원회 사무처장의 ‘몽골 국가회복위원회와 이행기 정의’, 안규진 국가기록원 학예연구사의 ‘제주4·3세계기록유산의 디지털 복원’ 주제발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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