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에 제주4·3영령도 긴 잠에서 잠시 눈 떴다

경칩에 제주4·3영령도 긴 잠에서 잠시 눈 떴다
5일 관덕정서 '특별법 개정 도민보고대회'
개정 소식 전한 뒤 축하 행렬·공연 이어져
보고대회 후 만세 외치며 개정 소식 알려
  • 입력 : 2021. 03.05(금) 14:0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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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특별법개정쟁취공동행동는 5일 제주 관덕정 앞마당에서 '4·3특별법 개정 도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상국기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에 제주4·3 영령들도 긴 잠에서 잠시 깨어났다. 국가 배·보상, 수형인 특별재심 등의 내용이 담긴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을 듣기 위해서다.

 제주4·3특별법개정쟁취공동행동은 5일 제주 관덕정 앞마당에서 '4·3특별법 개정 도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대회는 4·3특별법이 개정됐다는 사실을 도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제주특별법 개정 과정 영상 ▷축사(원희룡 지사·좌남수 의장·이석문 교육감) ▷시낭송(허영선 4·3연구소장) ▷각계 발언(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유족·정연순 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강철남 도의회 4·3특위 위원장) ▷오임종 유족회장 감사 인사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유족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저희 할머니는 치매를 앓으면서도 당시 희생된 남동생을 떠올릴 때면 '아기야, 울지마랑 혼저 글라(아기야, 울지말고 빨리 가자)'고 말했다"며 "이번에 4·3특별법이 개정돼 죽은 남동생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곧바로 사망신고도 해야 하지만 동생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사 인사에 나선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74년 전 첫 총성이 울렸던 이 자리에서 새 봄을 알린다. 가슴이 벅차다"면서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함께 했던 각계각층의 노력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도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4·3특별법 제정 당시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도 같은 느낌이다. 영령들이 도와주시는 것 같다"며 "이제 4·3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서계적으로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대회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 모두가 만세를 외치며 4·3특별법 소식을 만방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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