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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한권의책] (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이보족 북소리의 울림… 문명이 저지르는 야만적 폭력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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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19세기말 아프리카 부족에 선교활동을 앞세운 서구세력의 침입으로 개인과 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아프리카인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고전이다.

<저자 치누아 이체배, 출판사 민음사>





19세기말 아프리카 선교활동
나이지리아 부족 전통문화 등
서구세력 침입 붕괴되는 과정
“슬플 땐 어머니의 땅서 위안”
유배된 주인공에 지혜의 말들




▶대담자

▷최정희: 한살림 소모임 독서당지기.

▷신은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다양한 도서 모임활동.

대담에 참여한 최정희(맨왼쪽)씨와 신은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맨오른쪽)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



▷신은실(이하 신): 책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최정희(이하 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작가의 조국인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전통문화를 가감없이 쓴 작품이며, 서구에 의해 전통과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쓴 명작이다. 무엇이 산산이 부서지는가를 알리기 위해 아프리카 부족의 생활상과 그들 특유의 전통문화가 다채롭게 다뤄져서 다큐영화를 보는 듯했다

책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재림' 시구 중에서 차용되었다.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나가/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그저 혼돈만이 세상을 풀어헤쳐진다.'

선교활동을 앞세운 서구의 침략은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 그들의 절박함이 담긴 민속 문화를 야만과 원시라는 허울을 씌워 교육해야 하는 미개한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문화가 이미 내부적으로도 만연해 있던 부족의 폭력성과 무자비함으로 피해 받고 있으며 선택권이 없었던 약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족을 등 돌리게 한다.



▷신: 이보족의 전통문화를 설명해주세요.

▷최: 농경생활과 잦은 부족 간의 소규모 전쟁으로 인해 과도하게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부족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장례문화와 결혼식이 인상적이었다. 관혼상제를 대하는 그들의 예식은 부족 공동체 큰 행사이자 잔치였으며, 콜라 열매, 야자주, 얌, 푸푸, 기니생강 등 음식문화는 단순하지만 정겨웠고 그 맛을 궁금하게 만든다. 북소리는 부족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그들의 놀이 문화의 하나인 씨름에서는 흥을 끌어올리고 남성들의 원초적 본능을 부각시키는 느낌이며, 마을의 위기를 알리는 둥! 둥! 둥! 북소리는 긴장감을 조성하여 마을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한편, 별도의 교육제도가 없는 부족사회에서 어머니의 거처인 오비에서 엄마가 어린 아들딸에게 들려주는 전래 이야기는 조상의 지혜를 전하는 교육의 장이었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원시적인 그들의 관습은 내부의 균열을 야기하여 결국 부족의 붕괴를 초래하게 되었다. 심지어 오그반제(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영아 살해), 쌍둥이 유기 등의 관습은 그들의 원시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 책 속에서 아프리카의 문화와 서구의 문화가 대비되는 장면을 꼽는다면?

▷최: 부족에 다툼이 생겼을 때 평화로운 화해를 위하여 조상영령의 모습으로 분장한, 다수의 에구구가 갈등을 조정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지혜가 보인다. 반면 후반부에 기독교와 백인의 법으로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인 치안판사의 판결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판결로 그들의 전통과 대비된다.



▷신: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최: 주인공 오콩코가 성실하게 이룬 부와 명예를 불의의 사고로 모두 잃고 어머니의 고향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경험 많고 지혜로운 어른 덕분에 위로받는 내용이다.

"모든 일이 무사하고 삶이 달콤할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한다. 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머니는 이럴 때 너를 보호한다. 어머니가 거기에 묻히신 게지. 이것이 어머니가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콩코 자네가 어머니의 고향에 와 무거운 표정으로 위로받기를 거절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조심하게나.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신 분들을 화나게 할 것이네. 자네의 임무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일곱 해 후엔 그들을 아버지의 땅으로 데려가는 것이네. 하지만 자네가 슬픔과 낙담 속에서 죽는다면, 그들 모두 객지에서 죽게 될 것이네."

그 외에도 "해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보다 그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먼저 비친다." "어머니가 준 얌은 아무리 뜨거워도 아이의 손가락을 데지 않는 법이지" "사람들이 겨눈 총이 표적을 정확히 쏘는 법을 알고 있으니 새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고 나는 법을 배웠다" 등 지혜로운 삶에 관한 격언 같은 이야기 등이다.

▷신: 이야기의 중심 갈등인 주인공 삼대의 비극을 얘기해주세요.

▷최: 포로였으나 3년간 함께 살면서 양아들로 아꼈던 이케메푸나의 죽음에 직접 개입하지 말라는 원로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오콩코는 도끼를 휘두르고 만다. 게으르고 불성실한 아버지를 증오했던 오콩코는 그와 닮아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결국 그의 폭력성은 아버지의 실패와 유약함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그리고 오콩코의 폭력성은 결국 그의 맏아들이 유약해짐으로 이어진다. 어긋난 삼대의 갈등과,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던 폭력으로 내부에서 이미 균열은 시작되고 있었고 결국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낸다.



▷신: 아프리카 문학을 읽고 난 소감은?

▷최: 대략 서구에 항거하는 영웅적 아프리카 전사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주인공 오콩코는 아프리카 전사이기는 하나 개인 욕망에 솔직하고 약한 것을 거부하는 강박이 있으며, 위계에 의한 질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지극히 전통을 따르는 부족의 지도층이었다. 마치 과장되고 호전적으로 보이는 아프리카 탈과 닮았다.

기존 체계에서 선택받지 못했던 약자들의 슬픔은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려는 물결로 흘러가려 하고 이에 반해 오콩코는 전통을 유지하려 저항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전통도 무시된 채 개인의 이해득실로 변질된다. 유연하게 수용하지 않은 채 전통만을 고집하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쉽게 접하지 못했던 아프리카 문학으로 문명이 저지르는 야만적인 폭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의 독서대담 영상은 유튜브 '책 읽는 서귀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귀포시 원도심과 구도심 사이에 있는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는 책과 제주를 더욱 깊게 들여다보는 '깊이 보는 서점'을 추구한다.

제주와 네이처 관련 특화된 서적으로 매달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동네책방으로 지역주민, 문화예술인 등 전문가와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범섬이 보이는 서귀포해안과 한라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서 책을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8353. 연락처 010-5758-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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