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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공산주의’ 제시
슬라보예 지젝의 ‘팬데믹 패닉’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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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시스템 자기모순 노출
협력·연대 지구공동체 절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빈부, 성별, 나이,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감염의 손길을 내밀지만 거기엔 기관실, 일등석, 삼등석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 시대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이같은 현실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지 들여다봤다.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란 부제를 달고 우리말로 번역된 '팬데믹 패닉'을 통해서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진단은 분분하지만 일치하는 견해는 있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좋든 싫든 인류는 앞으로 바이러스와 동거하는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된다는 점이다.

지젝은 지금의 바이러스가 자연의 복수에 혼쭐나고 있는 의료 참사가 아니라 인류가 만들고 영위해온 시스템의 자기모순이 확연하게 드러난 정치적 사건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라는 자연적·우발적 존재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논리로 바이러스의 창궐과 확산을 악화시키는 우리의 사회적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방역의 성공은 사회적 차별의 분리선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 현장의 개선과 그들의 노동에 대한 차별의 철폐 없이는 그 누구도 바이러스에서 안전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상시적인 바이러스 사회에서 지젝은 국가의 공적 기능이 커지고 우리의 생명과 생존이 함께 추구될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그리는 일에 논의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방역과 경제가 공존하는 사회를 거침없이 공산주의라 명명하고 이를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나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과 확연히 구분한다.

이 새로운 공산주의는 막연한 꿈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정치 원리다. 마스크,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부터 생명과 생존에 관련된 물품의 생산과 공급을 시장 메커니즘에 의탁하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절하고 관리한다. 이는 한 국가의 정치적 시스템이 아니라 초국가적 지구정치의 모델로 제시됐다.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이같은 정치적 혁명의 계기를 가져올 수 있을까. 지젝은 우리에게 묻는다. 국가의 틀을 넘어 협력과 연대를 꾀하는 지구공동체로 갈 것이냐, 아니면 계속 '우리 먼저!'를 외치는 새로운 배제와 차별의 야만주의로 퇴행할 것이냐. 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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