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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허영선 시집 ‘해녀들’ 일본어판
“경계 넘어 벅찬 숨비소리 전해지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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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자·조륜자씨 공동 번역
4·3 등 현대사와 닿은 해녀

“잃어버린 우리들의 노래…”

지난해 9월, 일본에 사는 두 여성이 제주에 왔다. 재일동포 작가인 강신자씨와 판소리 고수 조륜자씨였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친 계절이었지만 시집 '해녀들'을 온전히 실어나르기 위해 그들은 거친 파도와 만났다.

2017년 문학동네에서 초판을 낸 제주 허영선 시인(사진)의 시집 '해녀들' 일본어판이 묶였다. 강신자·조륜자 번역으로 일본 신천사(新泉社)에서 펴낸 '해녀들-사랑을 품지 않고 어떻게 바다에 들겠는가'이다.

약 240쪽 분량의 일본어판은 한국어 시집과 달리 표지에 붉은 동백이 내려앉았다. '해녀들'이 품은 사연이 개인사를 넘어 일제강점기, 제주4·3,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와 닿아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일본어판 출간은 10년 전 예견되었는지 모른다. 강신자 작가는 2010년 4·3 취재 차 제주에 왔을 때 허영선 시인을 만났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2주 동안 체류하며 무명천할머니 삶터를 찾았고 허 시인의 절창 '무명천 할머니'의 원풍경을 봤다. 강 작가는 '무명천 할머니'를 직접 일본어로 번역해 현지에 소개했다.

일본어판 '해녀들'은 출향 해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수 있는 지도를 시작으로 10가지 문답으로 풀어쓴 시인 인터뷰, 시인의 서문, 1부 '해녀전'과 역자 해설, 2부 '소리없는 소리의 기원의 노래'와 역자 해설, 시인의 산문, 역자 후기 등으로 짜여졌다. 시 한편 한편에 삽화도 그려넣었다.

시에 등장하는 쇠소깍의 소금막 위치까지 묻는 등 역자들은 번역에 공을 들였다. 시집 말미엔 6쪽에 걸쳐 편주(編註)도 실었다. 강신자 작가는 "시 속에서 '생'이란 어휘조차 번역이 어려웠다. 생이란 말 하나엔 민초들의 숨겨진 진실까지도 들어있는 것 아닌가"라며 '해녀들'의 시편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노래'라고 불렀다.

허영선 시인은 "수도 없이 질문하고, 제주해녀들의 정서와 이미지가 소통하는지를 확인하는 어려운 작업을 일본에서 두 작가가 마침내 끝냈다"면서 "비록 바깥에 흐르는 한일의 바람은 차갑지만 제주바다를 건너, 해녀 항쟁에서 시작해 일본 열도의 해협을 휘저으며 용감하게 물노동을 해온 해녀들의 벅찬 숨비소리가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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