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의 현장시선] ‘여성의당’과 여성 대표성

[이은희의 현장시선] ‘여성의당’과 여성 대표성
  • 입력 : 2020. 03.06(금) 00:00
  • 강민성 수습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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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매년 3월 8일이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곤 한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련 행사들이 대거 취소 또는 축소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 기대가 크기도 하다. 2020년 3·8 세계 여성의 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여성 의제 중심의 정당을 표방하는 '여성의당'이 정식 출범하기 때문이다. 창당을 위해서는 최소 5개의 시·도당과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여성의당'은 이 조건을 충족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렇듯 성평등 또는 여성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여성의당' 창당 필요성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당' 창당 이유를 보면, "여성할당제라는 제도적 장치 대신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서 여성정당 창당 및 여성 의제 발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해 추구해왔던 할당제와 같은 '끼어들기' 전략을 넘어 여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새판짜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이기에 기존 남성 중심적인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기존에 여성을 비롯한 정치소외집단의 목소리가 과소 대표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당마다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도를 통해 선출되더라도 여성 의제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 정치인' 또는 '성평등 정치인'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여성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다양한 차별들을 기존 주류 정당체제 하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들이 차곡차곡 쌓여 신당 창당으로 표출하게 된 것이리라.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여성들을 정치권에 진출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몰두했지, 그 이후의 변화와 성과에 대해서는 성평등이라는 렌즈를 통해 주목하거나 냉철하게 점검하지 못했다. 그동안 진보를 표방하는 여성 정치인들도 수직적이고 권위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정치와 결합되면, 성평등이라는 가치 이전에 이익집단화된 당파성을 보여주는 현상을 많이 목도했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선출된 여성 정치인들은 성평등을 실현시키는 여성 대표자로서의 차별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진정한 여성 대표성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성평등 관점이 대표되는 정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성 대표성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3·8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인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외쳤던 노동 조건 개선과 여성 지위 향상, 참정권 등의 요구는 2020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의당' 창당은 기존 정치권의 한계와 대안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4월 총선을 시작으로 우리사회에서 '여성의당'이 어떠한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지 기대가 되는 지점이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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