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호의 한라칼럼] 향기 프루스트효과와 제주 올레길

[이남호의 한라칼럼] 향기 프루스트효과와 제주 올레길
  • 입력 : 2019. 12.24(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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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올레길이나 숲길에 향기를 가미하면 어떨까? 제주의 길에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이 후각을 통해 힐링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제주 올레길이나 숲길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의 소리에 매료돼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다. 이렇게 길을 걸으며 느끼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즐거움 위에 향기가 가미되어 후각 자극에 의한 심적 힐링이 얻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의 감각 중에서 냄새를 느끼는 후각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가 분별할 수 있는 자연계 냄새성분은 1만개이다. 냄새 성분이 코 안으로 들어오면 냄새 수용체와 결합해 후각세포에 전기신호가 발생돼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발견으로 2004년 미국의 생화학자 리차드 액셀과 린다 버크는 노벨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했다.

후각은 오감 중에서 시각, 청각, 촉각, 미각과 달리 독특한 대뇌 신호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 후각은 대뇌에서 감성 조절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바로 자극함으로서 가장 직접적으로 감성 조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후각의 힘을 이용한 심리 감성치료 방법으로 아로마테라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로마 향을 이용한 불안완화, 편두통 완화, 기억력 향상 등의 연구 결과들이 알려져 있다.

후각은 또한 오감 중에서 기억을 보관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감각이다. 우리는 어디에선가 맡았던 친근한 냄새 때문에 아스라한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냄새 성분은 우리 뇌 속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는 추억의 금고를 여는 열쇠이다. 프랑스의 문호 마르셀 프루스트는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음식의 홍차향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회상하게 되는 장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기로 기억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프루스트효과는 현재 산업적으로 향기 마케팅에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향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자주 찾아가게 되거나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고객 유인 효과가 있다. 백화점이나 음식점, 호텔 등에서 향기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기 프루스트 효과는 제주 올레길 등과 연계한 관광 마케팅에도 연계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경험한 모든 일들은 이제는 추억이 되어 우리 뇌 속에 보관될 것이다. 세월이 지나 기억되기도 하고 무심히 잊혀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향기와 함께 하였던 추억은 다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향기가 추억 금고를 여는 열쇠로 언젠가는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프루스트 효과처럼 시간이 지나 제주의 길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얻으려 제주를 다시 찾을 지도 모른다. 제주를 행복한 추억이 함께하는 향기의 도시로 설계해 보면 좋겠다. 이러한 우리의 바람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추진하다보면 가고 싶은 도시 제주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남호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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